더불어민주당 당헌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당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 과정에서 계파 갈등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논란이 된 ‘당원 투표 우선’ 조항을 뺀 채 재상정한 것을 두고 비명(非明)계에서는 “민주당답지 않은 꼼수”라고 비판한 반면 친명(親明)계에서는 중앙위원회의 개정안 부결 자체에 대해 “당원의 뜻을 어긴 것”이라고 문제 삼으면서다.
민주당은 25일 논란이 된 ‘당원 투표 우선’ 조항을 뺀 당헌 개정안을 당무위에서 의결했다. 당헌 80조의 당직 정지 기준은 ‘기소 시’로 유지하되 검찰의 기소가 정치 보복으로 판단되면 당무위 의결을 통해 징계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우상호 중재안’이다. 해당 안건은 지난 당무위에서 수정된 사안이라 이번 재상정에서도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당헌 개정안이 의결과 부결, 그리고 재상정 절차를 거치면서 친명과 비명 모두의 심기를 건드리며 계파 간 대립 구도만 더 선명하게 부각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위 부결 과정에서는 친명계의 반발을, 당무위 재상정에서는 비명계의 우려를 샀기 때문이다.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위 부결에 대해 “중앙위원이 주로 국회의원·지역위원장·기초단체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당원들의 마음과 국회의원들의 마음이 너무 차이가 나는 전형적인 모습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기소 시 당직 정지도 일개 검사에게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라며 “당원들은 이런 당헌 80조도 폐지해야 하고 전 당원 투표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당헌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재개정 절차를 문제 삼았다. 박 후보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앙위 부결로 인해 당헌 개정 논란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찬반 토론과 숙의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던 제 판단은 어제 하루 판단으로 끝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중앙위의 오프라인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다.
비명계에서는 비대위가 안건을 당무위에 재상정한 것 자체가 ‘일사부재의 원칙’에 반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부결된 것은 부결된 전체로서 그중 일부를 재상정 심의에 붙이는 것은 명백히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지적에 신현영 대변인은 “중앙위가 끝나면 한 회기가 끝나는 만큼 같은 회기에 동일한 원안이 상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당헌 80조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소 시 당직 정지’ 기준은 유지했지만 징계 구제 과정에서 정무적 판단을 강화하기 위해 심사 기구를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측은 검찰의 정치 보복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만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른바 ‘이재명 사당화’ 지적은 계속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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