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41·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45·전 토트넘 홋스퍼)가 만들어낸 한국 축구사 최고의 명장면을 손흥민(30·토트넘)과 황희찬(26·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이 재연할 수 있을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역대 19번째 코리안 더비가 주말 황금 시간대 펼쳐진다. 토트넘과 울버햄프턴은 20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2022~2023시즌 EPL 3라운드를 치른다.
한국 팬들에게 토트넘과 울버햄프턴의 경기는 손흥민과 황희찬의 만남으로 압축된다. 두 선수는 올해 2월 EPL 무대 첫 맞대결을 펼쳤지만 그라운드에서 함께한 시간은 약 10분밖에 되지 않았다.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부상에서 복귀한 황희찬이 후반 36분이 돼서야 교체 투입됐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손흥민과 당시 크리스털 팰리스 소속이었던 이청용(34·현 울산) 이후 4년 만에 성사된 코리안 더비였기 때문에 약 1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18차례 펼쳐진 코리안 더비에서 역대 최고의 경기는 2005~2006시즌 박지성과 이영표의 맞대결로 평가된다. 시즌 막바지 치열한 순위 경쟁이 진행되던 35라운드에서 박지성은 맨유의 오른쪽 윙, 이영표는 토트넘의 왼쪽 풀백으로 나와 90분 내내 부딪쳤다. 특히 박지성은 전반 36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이영표의 공을 빼앗아 웨인 루니에게 연결해 쐐기 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두 선수가 스치듯 손을 잡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19번째 코리안 더비에서도 또 다른 명장면이 기대된다. 손흥민과 황희찬 모두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어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23골을 터뜨려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명실상부한 토트넘의 핵심이다. EPL 두 번째 시즌을 맞는 황희찬도 지난 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는 등 시즌 초 팀 내 주전 공격수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두 선수의 새 시즌 출발도 좋았다. 손흥민은 이달 6일 사우샘프턴과의 개막전(4 대 1 승)에서 팀이 2 대 1로 앞서가는 에릭 다이어의 결승 골을 도와 시즌 첫 번째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황희찬도 리즈 유나이티드와 첫 경기(1 대 2 패)에서 전반 6분 만에 터진 다니엘 포덴세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2라운드에서의 활약은 아쉬웠다. 손흥민은 첼시전(2 대 2 무)에 선발 출전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채 후반 34분 교체됐다. 토트넘의 세트피스 실점 상황에서 손흥민의 수비에 대한 지적도 논란으로 불거졌다. 풀럼전(0 대 0 무)에 선발 출전한 황희찬도 침묵 속 후반 13분 만에 곤살루 게드스와 교체됐다. 선전을 다짐하는 두 선수 중 누가 팀 승리로 웃을지, 누가 먼저 시즌 첫 골을 신고할 것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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