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 홀(파4)에서 시도한 10m 정도의 버디 퍼트가 자로 잰 듯 정확히 굴러가더니 홀 속으로 사라졌다. 18번 홀(파4) 세컨드 샷은 핀 30cm에 붙었다. 초속 5m에 가까운 제주의 강한 바람에 깃대가 쉴 새 없이 춤을 췄지만 지한솔(26·동부건설)의 집중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막판 4연속 버디를 엮어낸 그는 마지막 홀에서 짜릿한 역전에 성공하며 올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번째 우승을 수확했다.
지한솔은 7일 제주도 제주의 엘리시안 제주C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9억 원)에서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정상에 올랐다. 선두 최예림(23)에 3타 뒤진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지한솔은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타나 줄이는 집중력을 과시하며 짜릿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2017년 11월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따낸 그는 지난해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올린 후 약 1년 3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다시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1억 6200만 원. 하반기 첫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한 그는 대상(MVP) 포인트 3위, 상금 6위(4억 5698만 원)에 올랐다.
지한솔은 함께 챔피언 조 대결을 펼친 최예림과 박현경(22)을 쫓아가는 입장이었다. 1번 홀(파4)부터 버디를 낚은 그는 5번(파4)과 7번(파3)에서 2개의 버디를 추가해 선두 최예림에 1타 차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경기가 계속될수록 거세진 바람에 지한솔의 흐름도 잠시 주춤했다. 8번 홀(파4)에서 4m 파 퍼트를 놓쳐 이날 첫 보기를 범했다. 그 사이 1타를 줄인 최예림과 격차는 다시 3타로 벌어졌다.
12번 홀(파3)에서도 4m에 살짝 못 미치는 파 퍼트를 놓쳐 우승과 멀어지는 듯했지만 지한솔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회의 홀로 지목한 15번 홀(파5)이 승부처였다. “파5 홀인데 충분히 2온이 가능하다. 최소한 버디를 기록해야 할 것 같다”던 자신의 말대로 이 홀에서 2온 2퍼트로 버디를 낚으며 반등했다. 16번 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낚은 지한솔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최예림을 1타 차로 추격한 17번 홀에서는 10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공동 선두에 올랐다. 지한솔의 버디쇼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됐다. 1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이 깃대를 맞고 바로 옆에 떨어졌다. 홀과의 거리는 불과 30cm. 버디 퍼트를 여유롭게 마무리해 역전극을 완성한 그는 “흐름이 저한테 많이 넘어온 느낌이었다. 가장 자신 있는 9번 아이언 거리여서 자신감을 가지고 샷을 했다”고 마지막 홀 세컨드 샷 상황을 돌아봤다.
지한솔은 “스타트는 좋았지만 실수가 많이 나와 불안했는데 후반에 좋아하는 코스가 저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며 “처음에 정해놓은 목표를 잃지 말아야 한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매 대회 톱 10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첫날부터 이날 16번 홀까지도 단독 선두를 달린 최예림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전반 2개의 버디에 이어 11번 홀(파4) 보기를 적어낸 이후 파 행진을 벌여 추격을 허용한 그는 18번 홀에서 시도한 10.5m의 긴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춰서면서 생애 첫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1타 차 단독 2위로 마친 최예림은 2018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 2019년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준우승을 보태며 아쉬움을 삼켰다.
버디 4개와 보기 4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한 박현경은 10언더파 단독 3위, 대상 포인트 1위 유해란(21)은 8언더파로 단독 4위에 올랐다. 상금 1위 박민지(24)는 1언더파 공동 25위로 하반기 첫 대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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