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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독점에 적격성 조사 1177일 걸려…"경쟁체제로 효율성 높여야"

■다시 기업을 뛰게 하자

인력 부족에 조사업무 개점휴업

세종~안성 고속道 19개월 소요

"평가기관 늘려서 독점 구조 깨야"

2015년 9월 14일 세종특별자치시 보람동 세종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세종시의원들이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조기에 착공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세종고속도로 민자 구간 적격성 조사에는 19개월이 소요됐다. 세종=연합뉴스




‘1177일’.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KDI PIMAC)가 서부선 경전철 사업에 대한 민간투자 사업 적격성 조사를 실시하는 데 소요된 기간이다. 2017년 3월 31일 착수해 2020년 6월 19일에야 완료했다. 서울시가 2000년 ‘교통 정비 중기 계획’에 서울 서부권을 관통하는 서부선 사업을 포함시킨 뒤 민자 사업 제안서 접수까지 17년이 걸렸다. 착공은 내년으로 계획돼 있다. 앞으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준공은 6년 뒤인 2028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이 참여해 도로·철도·항만·환경 시설 등 사회기반시설(SOC)을 건설하는 민자 사업의 적격성 조사를 KDI가 사실상 독점하면서 일부 사업의 경우 심사 기간만 3년을 넘기고 있다. 정부는 2019년 5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민자 사업 적격성 조사 기관으로 추가 지정했지만 이후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조세연이 담당한 적격성 심사 건수는 ‘0’이다. 민간투자 사업을 진행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심사를 한 기관(KDI PIMAC)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조세연은 법규상으로는 적격성 조사를 담당할 수 있지만 전담 인력이 전무해 실질적으로는 조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세연 관계자는 “지난해 민자 사업 적격성 조사를 위한 전담 인력 배치와 예산 배정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지만 예산만 일부 받았다”며 “인력이 없어 조사를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DI가 민자 사업 적격성 조사를 전담하면서 조사 기간이 시한(270일)을 넘기는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세종고속도로(세종~안성 구간)의 경우 적격성 조사가 완료되기까지 약 19개월이 소요됐다. 이외에도 평택동부고속화도로(28개월), 서부내륙고속도로(10개월) 등이 조사 기한을 넘겼다. 시공 능력 평가 5위권 이내의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KDI가 심사를 독점하다 보니 기간이 길어지고 소통도 원활히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시한을 넘겨 조사가 완료되는 경우가 잦아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문 기관 육성 등을 통해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적격성 조사 기간이 길어지면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변화하는 투자 환경 여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며 “전문 기관을 육성하거나 인력을 유동적으로 배치해 심사 기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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