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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여파에 상승폭 제한…업종별 차등화는 내년 재논의

3차 수정안 제시에도 노사 이견

결국 공익위원이 협상구간 제시

표결로 8년 만에 법정시한 지켜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과 김현중 상임부위원장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인상된 9620원으로 결정된 가장 큰 배경은 고물가 여파에 따른 경제 위기감이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물가로 휘청거리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최저임금위원회(공익위원)의 판단이 당초 예상됐던 인상 폭을 제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경영계의 요구로 논의됐던 업종별 차등화 적용은 무산됐고 내년에 재논의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9일 결정한 인상률 5%는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인 18.9%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노사 양측은 1차 수정안에서 각각 12.9%, 1.1% 인상안을 제시했다. 노사는 2차 수정안에서 각각 10.1%, 1.6% 인상안을, 3차 수정안에서는 각각 10%, 1.87% 인상안을 내걸었다.

최저임금 협상 내내 노동계는 “경제위기와 불평등 해소,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의 생계비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고물가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최저임금 지급 여력을 떨어뜨릴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맞섰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앞선 회의에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생산과 투자·소비가 감소하는 경제 위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3차 수정안에도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결국 공익위원은 노사 최종 협상안(심의촉진구간)으로 2.73~7.64%을 제시했다. 공익위원의 협상안에도 노사는 간격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공익위원 중재안 찬반 표결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공익위원의 중재안 제시는 노사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과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표결 전 퇴장했다. 양측 모두 5%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심의 쟁점은 업종별 차등화 도입 무산이다. 이 제도는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해만 시행한 후 적용된 전례가 없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에는 도입 기대감이 어느 해보다 컸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취지에 반한다며 강력 반대했다. 최임위는 2024년 최저임금 심의 전까지 고용노동부에 업종별 차등화 연구를 권고한다는 대안을 마련했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 역시 최임위의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노사 합의에 실패하고 공익위원이 제시한 중재안을 표결에 붙여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상황이 예년처럼 반복됐기 때문이다. 최임위는 사용자위원·근로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사 의견이 엇갈리면 합의 대신 표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쥔다. 공익위원이 ‘정부 측 목소리를 대변한다’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배경이다.

다만 최임위가 2014년 심의 이후 8년 만에 법정 기한을 지켰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법정 기한 준수는 매년 이뤄진 총 35회 심의 동안 올해를 포함해 9번에 불과했다. 그동안 최임위는 8월 5일 고시일을 넘기지 않았지만 7월 중순까지 ‘늦장 심의’를 반복했다.

노동계는 최임위가 법정시한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된 심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낸다. 실제로 작년 심의에서는 6차 회의에서 최초 제시안이 최임위에 제출된 후 추가로 3차례 회의에서 인상 수준을 논의했다. 반면 올해는 노사 최초 제시안이 제시된 이후 3차 수정안, 심의촉진구간까지 두 회차 회의 만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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