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잇단 ‘정책 혼선’으로 국정 운영 및 개혁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3대 개혁이 나라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임을 역설했다. 하지만 이해가 얽혀 있어 추진 과정에서 저항이 거세고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체계적 로드맵을 만든 뒤 정교하게 접근해 국론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국민과 야당·노조 설득에 나서도 개혁의 성공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주요 국정 과제를 둘러싸고 대통령과 내각·여당이 잦은 혼선과 잡음을 노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4일 출근길에 ‘주 52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시장 개편 방안’에 대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동계가 ‘주 52시간 무력화’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전날 발표가 하루 만에 뒤집힌 셈이다. 파장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발언은 최종 개혁안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갖는 것은 소통 강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즉흥 화법은 되레 국정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민변 출신들이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언급해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민감한 쟁점일수록 ‘당정대’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가 미치는 파장이 크다. 따라서 대통령은 주요 현안에 대해 거친 표현을 쓰지 말고 준비된 답변을 해야 한다. 각 부처도 대통령실, 관련 부처, 여당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정책을 결정하고 공개해야 할 것이다. 이준석 대표 등 여당 지도부도 정부와 충분히 상의 없이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또 물가 잡기라는 명분을 내걸어 정유 업체와 금융사에 기름 값,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도 ‘민간 주도 시장 경제’에 배치될 수 있으므로 ‘팔 비틀기’식 접근을 자제해야 한다. 새 정부가 갈등을 줄이면서 개혁을 힘 있게 밀고 나가려면 조그마한 빌미도 제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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