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경찰 통제 강화를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지난달 이상민 장관 취임 직후 구성한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통해 행안부 내 ‘경찰국’ 조직 부활을 포함해 경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제도 개편 방안을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마련했다. 이 같은 행안부 행보에 대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과 야당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16일 행안부에 따르면 자문위는 그동안 논의를 통해 확정한 제도 개편 방안을 담은 권고안을 21일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자문위는 후속 조치까지 마련해 행안부 장관과 대통령실에 보고한 후 권고안을 다음 달 초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우선 권고안을 먼저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정리해 행안부 장관과 대통령실에 보고하기로 일정을 조정했다.
논의 과정에서 공개된 권고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경찰의 반발이 확산되고 야당에서 “정부가 경찰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자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권고안 공개 일정을 앞당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장관의 지시로 구성된 자문위는 관련 부처인 행안부·경찰청 외에 민간 전문가로는 공동위원장인 판사 출신 황정근 변호사와 정승윤·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 등 과반이 법조계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또 이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부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응해 경찰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밝혀 왔기 때문에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따라서 자문위의 결론은 권고안의 형식이지만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그대로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문위가 마련한 권고안의 주요 내용은 우선 법 개정을 통해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과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을 추가하는 것이다. 법 개정 사안으로 당장 시행은 어렵지만 경찰 인사와 예산·감찰·징계·수사 지휘까지 경찰의 전 기능과 업무가 사실상 행안부로 이관된다.
법 개정 없이 실행 가능한 방안으로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과 행안부 내 치안정책관실 격상을 통한 경찰 관련 인사·예산 등의 업무 담당 조직인 ‘경찰정책관’ 신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정책관 신설은 과거 1980년대 내무부 산하 조직인 경찰국의 부활로 평가된다. 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사권을 뒷받침하기 위해 행안부에 총경 이상 고위직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러한 방안에 반발해 노동조합에 해당하는 지역 직장협의회의 성명과 서명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 글을 올려 “결코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면서 “경찰 비대화 우려와 관련한 경찰권 분산·통제 논의에는 언제라도 열린 마음으로 참여해 정상적이고 합당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경찰의 뜻과 의지를 확실히 개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찰 내부에서는 행안부의 경찰 통제 강화를 위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음에도 수뇌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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