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104회 PGA 챔피언십은 저스틴 토머스(29·미국)의 캐디 짐 매케이(잉글랜드)에게 유독 특별했던 대회다.
23일(한국 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 힐스CC(파70)에서 끝난 PGA 챔피언십에서 토머스가 우승하며 통산 15승, 메이저 대회 2승째를 거뒀다. 대회 직후 토머스는 캐디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18번 홀에 꽂힌 깃발을 매케이에게 선물했다. 과거 필 미컬슨(52·미국)의 골프 백을 25년 간 메며 메이저 5승을 함께했던 매케이지만 우승 깃발 선물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영국 골프먼슬리에 따르면 미컬슨은 다섯 번의 메이저 우승을 하는 동안 매케이에게 단 하나의 깃발도 건네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우승 깃발을 선물했다. 18번 홀 깃발은 우승을 함께한 캐디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선수가 캐디에게 선물하는 것이 전통이다.
미컬슨의 평전을 쓴 골프 전문기자 앨런 시프넉은 “매케이가 미컬슨의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19번의 PGA 투어 우승을 돕는 동안 단 하나의 깃발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놀랍다”며 “미컬슨은 마스터스 우승으로 그린 재킷, 트로피, 큰 돈, 그리고 모든 영광을 챙겼다. 그런데 깃발마저 가져가야 했다고? 전통을 따르지 않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1992년부터 캐디와 선수로 함께한 매케이와 미컬슨은 2017년을 끝으로 갈라졌다. 미컬슨은 그제야 매케이에게 우승 깃발들을 건넸다고 한다. 시프넉에 따르면 미컬슨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됐는데 우승 깃발에 자신의 사인을 대문짝만하게 넣었다. 매케이는 어울리지 않게 큰 사인 탓에 기념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됐다고 느꼈고 집에 전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런 사연 때문이지 지난해 9월부터 합친 토머스와 매케이의 관계는 더 훈훈해 보인다. 데뷔 시즌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캐디를 교체한 토머스는 지난주 PGA 챔피언십에서 매케이의 덕을 톡톡히 봤다.
1·2라운드에 67타를 치며 우승 경쟁에 나선 토머스는 3라운드에 74타로 주춤해 선두 미토 페레이라(칠레)에 7타나 뒤진 공동 7위에 자리했다. 분노와 좌절감에 빠졌던 토머스에게 매케이는 “여기는 메이저 대회고 어려운 코스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위로했고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계속 긍정적으로 하자”고 독려했다.
조언이 효과가 있었는지 토머스는 최종 라운드에 다시 3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5언더파 275타를 적고 윌 잴러토리스(미국)와 연장 끝에 우승했다. 매케이는 미컬슨과 함께한 25년 동안 가슴에만 담고 있던 우승 깃발 전시를 토머스와 뭉친 지 8개월 만에 실행에 옮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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