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1일 내놓은 대통령실 인선의 핵심은 △실력주의 △경제안보 △소통 강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외형적으로는 ‘2실장(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5수석(정무·사회·경제·시민사회·홍보)’ 체제로 문재인 정부의 ‘3실장(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정책실장)·8수석(정무·국민소통·민정·시민사회·사회·인사·일자리·경제)’보다 1실장·3수석을 줄였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실 인사로 조직을 줄이면서 ‘작고 효율적이고 일 잘하는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윤 당선인은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은 모두 정책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로 배치하며 ‘실력주의’를 내세웠다.
윤 당선인은 앞서 기획재정부를 거쳐 통계청장, 이명박(MB) 정부 경제수석과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지낸 김대기 전 실장을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윤 당선인이 이날 장 비서실장을 통해 발탁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역시 전문성과 실무를 겸비한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다. 현재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알려진 김성한 신임 실장은 MB 정부에서는 다자 외교를 총괄하는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내며 정책 실무에도 능통하다.
윤 당선인이 강조해온 “경제가 안보, 안보가 곧 경제”라는 철학에 맞춰 대통령실의 최고참인 2실장을 모두 경제와 안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채웠다. 윤 당선인이 정치에 뛰어든 초기부터 최근접 거리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했고 대선·인수위원회에서도 중책을 맡아 윤 당선인을 보좌했다. 초대 대통령실에서도 김성한 실장은 윤 당선인에게 흉금을 터놓고 외교안보 정책의 중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서 윤 당선인이 내세운 ‘경제안보’의 경제 실무는 최상목 경제수석이 주도한다. 김대기 비서실장이 경제정책 전문가지만 실제 업무는 5수석이 조율할 정부 부처의 업무를 다시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정무적 역할이 중심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부처의 실물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은 최 수석이 맡는다. 최 수석은 거시경제와 금융정책에 모두 정통한 관료 출신 정책 전문가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MB 정부 당시 강만수 기재부 장관의 정책보좌관,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재부 1차관을 지냈다. 이어 최 수석은 인수위에서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경제1분과 간사로 발탁됐다. 최 수석은 국정과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업무를 하며 공약과 경제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장관급 국무위원이 실물 정책을 펼 때 최 수석이 나서 윤 당선인의 뜻을 전달하고 조율하는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은 윤 당선인이 3개의 수석을 줄이면서도 국회의원 출신인 이진복 정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각각 임명한 배경도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30%가량 축소하면서도 국회·시민단체·종교계 등과 소통할 정무와 시민사회수석은 그대로 가져가는 셈이다. 국민과 소통할 최영범 홍보수석을 포함하면 5수석 체제 가운데 60%가 소통의 역할을 맡은 수석들로 채워진다.
장 비서실장은 “말씀드렸듯이 다원화된 시민단체가 있고 각종 직능 단체도 많이 있고, 보훈·보건·복지·의료, 노동단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이익단체가 있다”며 “대통령(당선인)께서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고 국정 방향에 대해 좀 더 가깝게 국민들께 설명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측근 인사도 눈에 띈다. 경호처장은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임명됐다. 김성한 안보실장은 윤 당선인과 초등학교, 김용현 경호처장은 충암고등학교 동문이다. 함께 발표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역시 윤 당선인의 이웃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안상훈 사회수석, 강인선 대변인도 대선·인수위부터 윤 당선인과 호흡을 맞춰온 인사들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일방 처리하며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171석의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여론전을 강화하는 전략 인선이라는 분석도 있다.
‘절대 과반’인 민주당에 막혀 윤 당선인은 정부조직법 개편안, 부동산세법 개편 등 주요 공약을 미룬 상태다. 이 때문에 이번 대통령실 인선이 대외적으로는 소통을 강화하고 내부적으로는 빈틈없이 뭉쳐서 거대 야당의 파고를 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의 관계자는 “다음 총선(2024년) 전까지 국민들에게 우리가 이런 상황이니까 우리가 이렇게 가겠다고 계속 설명하고 설득하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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