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얘기를 얇고 넓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방방송의 볼륨을 조금만 키워보겠다는 생각입니다.
코미디언 박영진이 말합니다. “소는 누가 키워!” 더불어민주당이 답합니다. “경북도지사 후보가 키웁니다.”
하마터면 민주당은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매우 면이 안 설 뻔 했습니다. 명색이 제1당임에도 불구하고 경북지사 후보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현 지사인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가 무투표 당선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심 끝에 내민 카드가 바로 경북도의원 임미애입니다.
앞서 설명을 드렸듯 임미애 후보는 마늘로 유명한 고장 경북 의성에서 30년 가까이 한우를 사육하는 농민입니다. 1992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의 고향으로 귀농했습니다. 남편은 제20대 국회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농민을 대변하는 의정을 선보였던 김현권 전 의원입니다.
사실 임 후보도 정치인입니다. 농민과 정치인 ‘투잡’을 뛰는 셈이죠. 정치인으로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세 번의 선거에 출마해 세 번 모두 당선됐습니다. 그것도 민주당에게는 험지로 불리는 경북에서 거둔 성적이었습니다.
2006년 제4회 지선에선 경북 의성군의회 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3위로 당선됐습니다. 4년 뒤 제5회 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당당히 1위로 당선되며 재선에도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4년 전이던 제7회 지선에선 경북도의원(의성군 제1선거구)에 도전, 이번에도 1위(득표율 34.93%)로 당선됐습니다. 4년간 함께 도정(道政)을 다뤘던 이철우 지사와 이번에는 경쟁자로 맞붙게 된 것입니다. 이 지사와는 2020년 안동 산불 대응을 놓고 도의회에서 강하게 맞붙기도 했습니다.
군의원 직을 잠시 내려놓았던 2015년에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공동대변인을 역임했습니다. 당시 임 후보는 “제1야당이 시골에서 소 키우고 땅 일구는 저 같은 촌부(村婦)에게 자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분당(分黨) 직전의 당 상황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명색이 전략공천 후보지만 민주당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경북에서 도지사로 당선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1995년 민선 부활 이후 보수 성향 후보가 맞붙었던 제1회 지선과 남북정상회담 바람이 불었던 제7회 지선을 제외하고는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늘 70% 이상의 득표를 얻었습니다.
이번에도 현실적인 득표율 전망치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얻었던 득표율 그 언저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후보의 제20대 대선 경북 득표율은 23.80%였습니다.
다만 임 후보가 의성을 중심으로 갖추고 있는 지역기반과 남편인 김현권 전 의원이 지난 총선에 출마하며 만든 구미에서의 조직력을 앞세운다면 4년 전 오중기 후보가 얻었던 34.32%의 득표율도 조심스럽게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화여대 84학번 총학생회장에서 소 키우는 귀농 농사꾼, 국회의원의 아내이면서 군의원·도의원까지 지낸 임미애 후보의 무한도전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6·1 지방선거의 작은 관전 포인트로 지켜볼만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