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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민생위기…대통령 취임식 '축제'는 안된다 [View&Insight]

脫권위 내세운 DJ 취임 이후

연예인 공연 등 화려함이 대세

文 작은 취임식으로 고리 끊었지만

尹 BTS 논란 등 콘서트 부활 조짐

복합위기속 어떤 취임식 될지 눈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월 7일 경기 시흥시 삼미시장 앞 유세 현장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윤석열 정부가 비교적 화려한 취임식 축제를 준비하는 듯하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 5일 KBS 라디오에서 ‘취임식에 방탄소년단(BTS)이 공연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BTS의 팬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1000개가 넘는 항의글을 올려 “BTS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따진 것이다. 인수위는 돌연 “취임 관련해 어떠한 제안을 하거나 연락한 적도 없다”며 화난 BTS 민심을 진화했다.

BTS 팬심은 불이 날 만했다. BTS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뉴욕 유엔총회 특별 행사에도 동행했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BTS 동행에 약 16억 원의 견적도 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의 예산으로 7억여 원을 지급했다. 한 청와대 인사는 “10원짜리 돈도 안 받겠다고 얘기했는데 억지로 준 것”이라는 식의 말을 내놓았다. BTS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오면 얼마를 받아야 할까. 계약도 전에 일단 새 권력을 향해 “10원도 안 받겠다”는 말부터 꺼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에 BTS까지 소환되는 것은 권위를 잃어가는 정치권 탓이다. 권위주의가 팽배했던 1990년대까지만 해도 취임식에 화려함은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1998년 취임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탈(脫)권위를 외쳤고 공간은 소위 ‘셀럽(celebrity)’들이 채웠다. 김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뮤직비디오에서만 보던 미국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나타났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노래를 부르고 DJ DOC가 공연을 펼쳤다. 대통령기록관에 기록된 참석 인원은 4만 5000명으로 전 정권 취임식(3만 8000명)보다 7000명이 늘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취임식은 벗어던진 권위의 자리를 화려함이 차지했다. 2003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중 공연식 취임식을 기획했다. 인기 그룹 지오디(god)와 댄스 가수 박진영, 윤도현밴드, 이은미의 공연이 예정됐었는데 약 일주일 전에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하자 댄스 공연은 취소됐다. 대신 댄스 그룹 god가 추모곡을 불렀다. 공연은 줄였지만 전임 대통령(약 14억 원)보다 많은 20억 원의 예산을 썼고 4000명이 많은 4만 9000여 명이 참석했다.

갈수록 화려해지는 취임식에 구두로나마 제동을 건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소하면서 인상적이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취임준비위원회는 방점을 ‘인상적’이라는 단어에 뒀다. 가수 김장훈과 윤하, 그룹 SS501이 공연했고 영화배우 송윤아·전도연까지 참석했다. 사회도 방송인 김제동이 봤다. 예산(25억 원)도, 참석 인원(6만 명)도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화려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스타가 된 가수 싸이를 불렀고 31억 원의 예산을 써 6만 5000명이 모였다.



갈수록 ‘더 크게, 더 화려하게’를 외치는 대통령 취임식의 고리를 끊은 쪽은 권력이 아닌 국민이다. 2017년 탄핵 사태로 권좌를 이어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했다. 취임식은 국회의사당 내부 로텐더홀에서 500여 명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당선과 동시에 국정에 돌입하는 엄중한 상황을 반영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아직도 문 대통령의 약소한 취임식이 권위를 잃었다는 식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들리는 소식은 화려한 취임식의 부활을 알리는 ‘BTS 논란’이다. 윤 당선인의 취임식 예산은 22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7억 원만 지급해도 취임식 전체 예산의 31.8%를 BTS의 공연에 써야 한다. 코로나19에 신음하는 국민 누구도, 심지어 팬들도 대한민국의 다음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BTS의 공연을 보고 싶다고 한 적은 없지만, 한다면 정해진 돈의 3분의 1은 화려한 ‘쇼(show)’에 지출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어쩌면 역대 당선인 가운데 가장 가혹한 환경을 안고 취임한다. 100년에 한 번이라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빚더미에 앉은 소상공인, 러시아발(發) 석유 대란에 치솟는 물가 속에서 무역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은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마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거품 초입에 취임한 이명박 정부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소탈한 윤 당선인은 ‘작고 효율적인, 일 잘하는 정부’를 내세웠다. 이 모습이 진심인지는 다가올 취임식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광장에서 열린 '순간의 기록, 살아있는 역사' 제58회 한국보도사진전 개막식에서 20대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촬영된 자신의 어퍼컷 세리머니 사진을 감상하며 이호재 사진기자협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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