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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파친코' 이민호 "첫눈에 반한 단순함 아닌, 선자 통해 과거 되돌아 본 한수"

25일 공개 애플TV+ 오리지널 '파친코'

아픔 딛고 성공해 돌아온 중개상 '한수'역

"새로 태어난 기분", "작품 통해 많이 배워"

이민호가 직접 뽑은 '파친코' 속 명대사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 주인공 한수로 등장하는 배우 이민호 / 사진=애플TV+






"모든 작품에서 항상 리얼리티를 잘 표현해내는 것이 배우라는 직업인데, 이번 작품은 그 깊이가 남달랐어요. '어떻게 표현할까'가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배우 이민호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극본 수휴/연출 코고나다 저스틴 전) 1화 마지막 장면에서 성공한 생선 중개상 '한수'로 처음 등장한다. 순백의 수트와 중절모 차림으로 겉으론 매력적인 풍모를 갖췄지만 내면의 고통과 괴로움을 동시에 안고 있는 인물이다. 어려서부터 일제 치하 한국의 가혹하고 잔인한 현실을 버텨내고 스스로 이겨낸만큼 성공에 대한 집착과 욕망에 충실한 기회주의자로 그려질 예정이다.

최근 화상을 통해 만난 이민호 배우는 '이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언급했다. 그는 이 작품이 지닌 특별한 의미와 그에 대한 소명의식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의 뿌리가 되는 정신을 담고 있고, 작품에 힘이 느껴져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라던 그는 '한수' 역할을 따내기 위해 13년 만에 다시 오디션을 봐야 했다.

한국의 톱배우를 오디션에서 처음 만났던 수휴 총 책임 및 총괄 프로듀서는 그가 다른 배우들의 존재감을 가려버리진 않을까 걱정됐었다고 했다. 하지만 코고나다 감독 전언에 따르면 이민호는 "그의 전부를 건 모습" 이었다. 그는 이야기 흐름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고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 중 하나였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이전 작품들과 자신이 전혀 다르길 바랐다.

"한수는 정돈돼 있지 않은 감정들, 지금 시대에 사는 사람은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담고 있어요. 겉으론 악한 모습이지만 선한 모습도 있는, 그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생존해가는 캐릭터예요. 처절함과 어두운 모습을 지니고 있는 그가 저는 굉장히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최대한 다른 것들은 배제하고 한수를 그대로 느끼고,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공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픔을 딛고 성공한뒤 한국으로 돌아온 한수는 시장에서 10대 소녀 선자(김민하 배우)와 시선이 마주치며 본능적으로 서로 끌리게 된다. 처음은 호기심이었다. 일본 순사가 지나가면 무슨 왕이라도 행차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여야했던 그 시절,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선자를 보고는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와 대화를 나눌 수록 서로 운명적 상대임을 확인하게 된다.

한수와 선자는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성공만을 향해 달려온 한수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사치였다. 선자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러니하고 가혹한 현실을 버티며 그저 살아내던 그에게 사랑이란 "지랑 상관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수를 만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다. 한수와 선자의 강렬한 러브스토리가 극 초중반의 중추인 만큼, 이민호는 이 역시 많은 고민과 노력을 거쳐 설득력있게 풀어냈다.

"그냥 현실에서 있을 법한 사랑 정도로 표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첫눈에 반한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고, 그렇게 접근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선자를 통해서 한수가 자신의 내면과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는 과정이었고 그래서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이민호는 이를 위해 젊은 선자가 아닌 배우 김민하와도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김민하가 살아온 이야기, 또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들을 함께 공유하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선 김민하 배우 역시 "신에 관한 것이든, 서로에 대한 것이든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러브스토리는 강렬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극중 한수와 선자 두 사람의 애정 씬이 몇차례 이어지는데, 이를 떠올려본 이민호 배우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고 바다나 산에서, 아무런 필터없는 원초적인 사랑의 표현이었다"라고 기억했다. 그만큼 리얼리티를 살렸다는 것일 수도 있겠다. 또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제작 환경이기도 했다.







실제로 '파친코'는 디테일 면에서나 스케일 면에서나 리얼리티를 위해 분투한 흔적이 아주 잘 드러난다. 이민호는 특히 시장 씬을 찍을 때마다 매일 3, 4톤 트럭에 그날 오전에 받은 싱싱한 해산물을 다 실어와 세세하게 세팅을 하던 디테일과 세분화 되어있는 규모감에 놀랐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이클 엘렌버그 총괄 프로듀서는 "수휴 총괄 프로듀서의 야심이 작용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 목적은 단 하나, 시청자가 깊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민호 역시 디테일을 위한 공부에 매진했다. "그 시대의 이미지들을 많이 찾아보려고 노력했어요. 가슴 아팠던 것은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시대에 찍힌 선조 분들의 사진에는 웃는 얼굴이 없더라고요. 꿈과 희망이 없이 그냥 살아가고 있는, 그런 모습만 담겨있었습니다."

"13년 만에 오디션을 보면서 다시 열정적으로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었어요." 이번 작품을 위해 여러 번의 오디션을 보고, 평가받고, 선택을 받아야했던 이민호였다는 사실을 논하지 않더라도, 그는 한수 그 자체로 새로 태어난 듯 보였다. 그는 이 작품에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많이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알아야 했지만 미처 몰랐던 내용들, 차별의 역사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깊게 탐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감사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시절은 선택에 대한 옵션이 없는, 꿈을 꾸고 희망을 품을 수 없고. 당장 오늘 먹을 거, 내일 걱정을 하는 시대였잖아요. 선조 분들 덕분에 우리가 지금 좋은 시절을 맞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고요. 그렇게 말하는 한수,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선자를 보면서 늘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난 18일 LA에서 진행된 '파친코' 프레스 컨퍼런스 당시 이민호 배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는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고통받았던 한국인들의 이야기, 삶의 터전을 잃고 강제로 일본으로 건너갔던 한국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또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뿌리를 내리는 한국인들의 이야기 등 여러 세대와 여러 나라에 걸친 거대한 규모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에피소드 8개로 구성된 '파친코'는 소설이 담아냈던 거대한 스토리의 시작일 뿐이다. 수휴 총괄 프로듀서는 시즌4까지 극본을 써놨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글로벌 제작진과 글로벌 플랫폼이 모여 이토록 몰입감이 대단한 시네마틱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는 게 놀랍다. 이민호는 글로벌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다양한 국가 출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던 것을 떠올리며 "한국 작품들이 알려지면서 한국 사람들의 열정도 같이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면서 "뿌듯했다"고 했다. 이민호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할리우드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공격적으로 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민호 배우에게 직접 '파친코' 속 한수의 명대사를 한 가지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선자한테 말했던 이 대사를 언급했다. "가서 네가 얼마나 비참하게 살아갈 지 생각해봐." 한수가 이미 경험했고 선자가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는 의미가 응축된 이 대사는 가장 직선적이고 비참한 말로 얘기를 건넬 수 밖에 없는 한수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 대사를 더했다. "앞만 봐, 앞만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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