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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우크라 망명정부 추진…젤렌스키는 "떠날 뜻 없다" 강경

우크라 서부 리비우·폴란드 유력

장기 게릴라전 지원 방안도 논의

바이든 12조 지원안 의회에 요청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망명정부 수립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의 거센 항전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군사력 열세로 결국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고위 지도부는 여전히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떠날 뜻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6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유럽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폴란드에 우크라이나 망명정부를 세우고 러시아에 대한 장기 게릴라전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지 2주가 다 되도록 수도 키이우를 지키고 있지만 초반에 주춤하던 러시아가 전세를 뒤집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망명정부 수립 후보지는 국내와 국외의 두 곳으로 추려진다.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인 리비우와 폴란드다. 망명정부가 수립되면 러시아 점령군을 상대로 게릴라 작전 등을 지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전면전보다는 소형 휴대용 미사일로 러시아 헬기를 저격하거나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으로 러시아군의 장갑차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저항 운동을 연구하는 랜드사의 선임 국방 분석가인 마르타 케페는 “도시가 점령되고 전쟁이 장기화하면 작은 부대 단위의 저항군은 전술의 탄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경우 미국의 무기 지원이 우크라이나 탈환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인도적 지원을 위해 100억 달러(약 12조 1000억 원)의 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이처럼 미국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망명정부 계획을 준비하고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 머물겠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어 논의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WP는 보도했다. 러시아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피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남겨두고 떠날 생각이 없다는 뜻을 강하게 밝혀 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이번 전쟁은 사실상 우크라이나 내전”이라며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 말고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야당 소속의 볼로디미르 아리예프도 “전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의회가 소집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국회의원이 키이우에 남아 있다”며 “어떠한 대피 계획도 논의하지 않았고 우리는 침략자들에 맞서 국민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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