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 대한 중국의 접근이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주원료로 ‘하얀 황금’으로도 불리는 리튬을 선점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이슈와도 상관없이 계속되는 중국의 ‘자원 선점’에 대한 경고가 나온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남미 아르헨티나·칠레·볼리비아의 ‘리튬 삼각지대’에서 중국의 공세가 한층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당시 방문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중국은 총 23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고 페르난데스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참여로 이에 화답했다. 아르헨티나 일대일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튬 개발이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 최대 리튬 생산 업체인 간펑은 각지 광산 및 배터리 생산 공장에 투자했다. 이웃 칠레에서도 중국 전기차 제조 업체 BYD는 지난 1월 8만 톤의 채굴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다만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 훼손에 따른 지역사회와의 마찰과 각국에서 커지고 있는 자원 민족주의는 장애다. 칠레에서 3월 취임하는 가브리엘 보릭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 직후 국영 리튬 채굴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 2000만 톤가량의 리튬 매장량 가운데 이들 리튬 삼각지대에는 56%가 묻혀 있다.
한편 SCMP는 이날 중국과 네팔에 걸쳐 있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 일대에서 대규모 리튬 매장지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중국과학원(CAS) 지질·지구물리학연구소 과학자들이 에베레스트산 인근의 치웅자강 광석 지대에 약 100만 톤의 산화리튬이 매장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라이언 버그 선임연구원은 “리튬 산업에 대한 통제로 미래에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강대국들 간의 지정학적 경쟁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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