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지율 1위를 다투는 유력 대선 후보 2명이 모두 대장동 의혹과 관련이 있어서다. 둘의 지지율을 합쳐 80%가 넘는 후보들이 동일한 사건으로 의혹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에 유권자로서 기가 찰 노릇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장동 개발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도록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의 최측근 2명이 대장동 사업의 핵심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압수 수색 직전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장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부실 수사 의혹을 받는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윤석열이는 형(김 씨)이 갖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말한 녹취록도 나왔다.
검찰이 현재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고 있지만 ‘수박 겉 핥기’로 끝날 분위기다. 이 후보와 윤 후보 양측 모두 특검 도입을 주장하지만 말뿐이다.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난다. 그리고 대장동 의혹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나라 정치권과 검찰·법원은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먼저 지지율 1, 2위 후보 중 이번에 패하는 쪽은 대선 이후 검찰이나 특검의 재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선 이후에도 검찰이 지금처럼 대장동 의혹을 뭉갤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아 보인다. 살아 있는 권력에는 꼬리를 흔드는 충견이지만 죽은 권력은 사정없이 물어뜯는 게 검찰의 속성이다. “대선에서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 감옥에 갈 것 같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왜 나왔을까. 물론 이 후보가 나중에 “제 얘기는 전혀 아니었다”고 말하긴 했다.
이번 대선의 승자 역시 안심하긴 이르다.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정권은 유한하다.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정권 말이나 정권이 또 바뀌면 검찰의 칼 끝은 언제든 향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지난 2007년 대선 국면에 불거졌지만 3번의 수사 끝에 이 전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것은 11년이 지난 2018년의 일이었다.
대장동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검찰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재수사가 진행되면 앞선 검찰의 부실 수사가 도마에 오를 것이 뻔하다. 현재 검찰은 대장동 수사가 ‘윗선’으로 향하는 것을 온 힘을 다해 막고 있는 느낌이다. 검찰의 의도적 부실 수사는 수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의혹을 받는 인물 중 유독 검찰 고위직 출신이 많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검찰의 부실 수사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대장동 관련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사법부는 이 사건의 진실 규명 여부에 따라 존립 자체를 부정당하는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김만배 씨는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 전후로 권순일 전 대법관을 8차례나 찾아갔고, 권 대법관은 무죄 판결 후 퇴직해 대장동 회사의 고문으로 월 1500만 원을 받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에 득달같이 달려들었던 법원 내 특정 서클과 검찰은 대장동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대장동 의혹은 정치권과 지자체·검찰·법원이 총망라된 권력형 비리의 종합 세트라 할 만하다. 대장동 일당이 과도한 특권을 지닌 기득권 세력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로비를 벌인 탓일 것이다. 그런 만큼 대장동 관련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이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