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인공지능(AI) 입대코디네이터를 도입해 입영 대기 시간을 ‘제로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입영 대상자들의 ‘병역 공백’을 최소화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국민의힘 정책본부에 따르면, 군 입대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 복무 기간, 전역 후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모두 합하면 약 29.9개월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육군 기준으로 보면 복무기간을 제외하고 약 1년이란 시간이 더 소요되는 셈입니다.
윤 후보는 “AI 입대코디네이터 도입을 통해 청년의 전공과 적성에 맞고 직업 선택에도 도움이 되는 군사특기, 입대시기, 입대부대를 쉬운 용어로 안내하겠다"며 “현재의 지원자 현황과 우선순위에 따른 예약순위를 안내할 계획이다”라고 밝혔습니다. AI도입을 통해, 입영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들겠다고도 했습니다. 윤 후보는 “병무청에서 각 군별 복무기간(18~21개월) 단위 입영계획을 발표하고 입영 대상자들이 희망하는 입영시기와 특기를 사전에 선택(1~3순위)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입영 대기시간 제로화’를 통해 ‘이대남’ 표심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목표로 보입니다.
원한다고 바로 가지 못하는 군입대
입영 대상자들에게 입영 대기 시간은 어떻게 다가올까요? 서울에서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연 모씨(28)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빠른 취업을 희망했지만 매번 구직에 실패했습니다. 실패한 이유에 대해 연 씨는 “기업에서 미필자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을 배우다가 입대 할 사람을 원치 않는 것 같았다”고 햇습니다. 결국 군 복무를 마치고 구직 활동을 하기로 결심했으나 입영도 쉽지 않았습니다. 연 씨는 “입영이 몰리는 시기라 입대가 지연되다가 6개월 정도 공백이 생겼다”고 6개월을 허송세월 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대학생 이모 씨(25)도 입영 대기시간이 길었습니다. 휴학을 하고 5개월 후에 입대한 이 씨는 “5개월 뒤 입대라서 6개월 이상 근무하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입대 전까지 ‘단기 아르바이트-구직 활동’을 반복했습니다.
군입대에 대해 원하면 다가는 줄 알고 계신분들에겐 너무 생소한 사례인가요. 생각보다 군에 입대하기 위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도 젊음을 낭비하는 청년들이 이처럼 많습니다. 실제 군복무를 마친 김 모씨(27)는 “아무래도 보다 장기계획을 세우기에 유리하지 않겠냐”고 했고, 정 모씨(35)도 “청년에게는 한 시간 한 시간이 소중하다”고 윤 후보의 공약을 반겼습니다.
취업포털 업체 인크루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 대졸 신입사원 평균 나이는 25.1세였으나 2018년 기준 30.9세로 5.8세 가량 증가했습니다. 청년들의 사회 진출 시기가 점차 늦어지는 상황에서 ‘입영 대기시간 제로화’는 틈새를 노린 공약이었던 셈입니다.
사회복무 예정자, 장기 대기후 면제까지 4년 허송세월
한가지 아쉬움은 있습니다. 사회복무 예정자 중 면제 대상자에 대한 고민이 빠져서 입니다. 병무청 2020 병무통계연보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 입영 판정을 받은 뒤, 4년 간 장기 대기 이후 면제를 받은 인원은 2018년에 2317명, 2019년에 1만 457명, 2020년에 1만 531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4년 간 입영을 기다리다가 면제 판정을 받습니다. 군복무도 아닌 면제자도 아닌 전역자도 아닌 ‘어정쩡’한 신분으로 4년 간 군입대(사회복무자) 대기자로 생활하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현재 사회복무 대상자들이 겪는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시스템상 사회복무요원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회복무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현재 장기대기자들 문제 개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청년을 대상으로 한 미시적인 공약을 계속 연구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접근을 일각에서 비판하듯 이대남을 공략하려는 ‘백래시(backlash)’라고 평가하기엔 지나칩니다. 군 입대 직전을 ‘노는 시간’이라고 여긴 과거와 달리 지금은 그 시각 하나하나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기입니다. 군대 공약이라고 하면 이대남 공략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는 남성·여성 모든 청년을 살리는 공존의 공약이 계속되길 기대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