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가격이 7년 2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으로 시장 불안이 커진 탓인데 이 여파가 알루미늄과 밀 등 원자재 및 농산물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0.47달러를 찍었다. 브렌트유가 90달러 선을 넘은 것은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장 후반에는 가격이 떨어져 배럴당 89.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장중 한때 87.95달러로 치솟아 7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토토이즈캐피털의 롭 텀멜 애널리스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의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의회는 이날 주민의 건강 보호를 이유로 신규 유정 개발을 금지하고 기존 유정도 5년에 걸쳐 폐쇄하기로 했다. 2020년 LA카운티에서는 약 5000개의 유정에서 연간 1869만여 배럴의 원유가 생산됐다.
유가가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른 원자재 가격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5.5%, 구리의 4%를 차지한다. 특히 자동차 매연 저감에 필수 연료인 팔라듐 생산은 43%를 담당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일어나면 원자재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이를 무기화해 수출을 막아버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 원자재 담당자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시장은 까무러칠 것”이라고 말했다.
밀도 불안한 상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합하면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9%를 차지한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밀 재배는 분쟁 지역인 동부 지역에서 주로 이뤄진다.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의 카를로스 베라는 “밀은 가격이 올라도 사람들이 쉽게 소비를 줄일 수 없다”며 “최악의 경우 밀 가격은 두 배까지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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