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21일 문재인 정부의 종교편향을 주장하며 대규모 승려대회를 개최했다.
조계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전국 사찰에서 최대 5,000여 명의 승려들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승려대회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칭하며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 것을 두고 불교계가 크게 반발해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현 정부 들어 심화한 공공영역에서의 종교편향 행위들이 스님과 불자들이 더는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며 승려대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이날 승려대회 봉행위원장을 맡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봉행사에서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 구역 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받기에 이르렀다”며 “전통문화를 보존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종교간 갈등을 부추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런 과정의 중심에 정부가 있다.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도 불공정했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다"며 지난 2017년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발언을 비꼬았다.
조계종 종앙종회의장 정문스님도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정 의원은 (문제가 된 발언을 한 이후) 조계종의 면담 요구를 거절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자신의 주장이 맞고 그것이 국민여론이라고 하며 오만한 행보를 계속했다”며 “불교계의 분노가 들끓어 50여일 만에 사과를 하겠다고 찾아왔지만 겉치레에 불과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경기 부양 목적이라는 미명아래 추진한 캐럴 활성화 캠페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며 “연이어진 기독교인 국회의원의 불교 폄하와 천주교인 장관의 종교편향 정책은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승려대회를 주최한 집회 주최·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현 종교편향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등 대책 마련, 전통문화유산 보존과 계승을 위한 특단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이날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김영배 당 최고위원은 승려대회 단상에 올라 직접 사과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좌중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일부 참가자들이 항의해 자리를 뜨며 무산됐다. 정청래 의원도 직접 사과 의사를 밝히려 했으나 돌연 발길을 돌리며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녹화 영상을 통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종교편향 지적에 사과했으나 좌중에서 반대 함성이 나오면서 영상이 중단됐다.
행사장인 조계사 주변에서는 승려대회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신도들의 1인 피켓시위가 있었으나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조계종 승려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1994년 종단개혁을 요구한 승려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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