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했다. “판타 레이.” 번역하자면 “모든 것은 흐른다”, 즉 모든 사물은 고정 불변이 아니라 마치 흐르는 유체처럼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의미다. 지식인들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유체 현상’으로 이해하려 한 오랜 역사의 시발점이다.
신간 ‘판타 레이’는 기체와 액체 등의 운동을 다루는 유체역학의 역사를 통해 인류 역사를 들여다 봤다. 유체역학 이론 자체보다도 관련된 사상가들의 영향 관계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더 주목했다. 저자는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터보 엔진 전문가이기도 한 민태기 SNH연구소 소장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불·공기·흙 외에 우주와 행성 같은 천체를 제5원소라 칭하며 이들이 유체인 ‘에테르’로 구성됐다고 봤다. 르네상스와 과학혁명 초기에는 에테르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한 보텍스(votex·소용돌이)라는 유동 현상이 주목을 받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보텍스 스케치’를 남겼고, 데카르트는 보텍스를 통해 행성의 회전 운동을 설명했다. 근대 과학의 효시인 뉴턴 역학도 판타 레이와 보텍스 개념에서 출발했다. 20세기 들어 케인스는 시장경제 논리가 들어맞지 않는 대공황을 설명하기 위해 유동성(liquidity)이라는 유체역학 용어를 경제학에 도입했다. 책은 시대를 아우르고 물리학부터 항공산업, 음악과 경제학까지 ‘물 흐르듯’ 자유자재 넘나들며 500여 명에 달하는 인물들의 생각을 품는다.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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