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1.70%를 돌파하면서 나스닥이 3.34% 급락했습니다. 국채금리는 새해부터 계속 오르고 있는데 이날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됐죠.
회의록을 보니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이후 대차대조표를 축소(양적긴축·QT)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또 지난 번 때보다는 대차대조표 축소 시점이 금리인상 시점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도 했죠. 추가로 금리인상을 더 빨리 할 수 있다고 해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오늘은 연준의 12월 FOMC 회의록과 시장 반응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대차대조표 축소 금리인상 시점에 가까울 것…높은 인플레와 강한 경제가 금리정상화 가속도”
12월 FOMC에서 알아야 할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대차대조표 축소는 금리인상 이후에 한다
② 단 축소시점은 지난 번 때보다는 금리인상 시점에 가까울 것→여름 전 가능, 금리인상 후 얼마 안 돼 단행
③ 강한 경제와 높은 인플레, 큰 대차대조표는 금리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것을 정당화→3월 인상 가능성 시사
④ 인플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고 지속적. 위원회가 인플레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강력한 의지를 전달해야
12월 FOMC 회의록의 의도는 뚜렷합니다. 인플레가 생각보다 높고 지속적이니 연준이 강하게 나설 필요가 있고, 그 결과 금리인상은 이르면 3월에 가능하며 대차대조표 축소는 금리인상 직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시작한다는 것이죠.
우선 대차대조표부터 보면, 회의록은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대차대조표 축소는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진 후 어느 시점엔가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는데 동의했다”며 “그러나 참석자들은 축소 시점은 위원회가 이전에 했던 것보다 금리인상 시점에 가까울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는데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대차대조표 축소 시점이 이제 명확해졌습니다. 일단 금리인상 전에는 없으며 금리인상 후에는 얼마든지 가능한데 예전 축소 때보다는 더 이른 시점에 이뤄진다는 얘기죠.
중요한 것은 현재 분위기를 보면 금리인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차대조표 축소도 시작할 것 같은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시장에서는 현재 연준이 이르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여름 전에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회의록은 한번 대차대조표 축소기 시작되면 2017년 10월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실제 금리인상도 더 빨라지는 분위기입니다. 회의록은 “참석자들은 지금은 경기가 더 좋고 인플레이션은 높으며 채권보유 잔액이 큰데 이는 잠재적으로 더 빠른 속도의 정책금리 정상화를 보장한다고 설명했다”고 했지요. 이는 금리인상이 앞당겨질 수 있음을 의미하지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이르면 3월 금리인상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해석했습니다.
“대차대조표 축소 땐 파국적 결과” vs “지난 번에도 얼마 안 줄였다”
그동안 ‘3분 월스트리트’에서 올해 금리인상 시점이 갈수록 당겨지고 그 횟수도 3회를 넘어 4회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 전해드린 바 있지요. 오늘 12월 FOMC 회의록이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어찌보면 3월 인상 얘기는 이제 시장도 상당 부분 아는 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보는 연준의 3월 금리인상 확률도 약 63% 정도 되는데요.
이 얘기를 드리는 것은 금리인상도 금리인상이지만 시장의 관심이 큰 대차대조표 축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해서입니다. 제이 해트필드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대차대조표 축소는 올해의 핵심 리스크다. 만약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줄이기 시작하면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연준이 유동성을 줄일 때 주식시장에 있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약 8조8,000억 달러 수준입니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끝나고 금리를 올리고, 또 대차대조표를 줄이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긴축을 하게 되는 것이죠. 원투 펀치(금리인상+대차대조표)를 다 쓰는 꼴이 됩니다.
이날 시장 분위기도 이를 걱정했지요. CNBC는 “연준이 경기부양책 철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면서 주가가 떨어졌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있습니다. 일단, 대차대조표 축소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연준이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하는 것이지 한번에 엄청난 양의 채권보유 잔액을 싹둑 잘라버리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 2017년과 2019년 사이의 대차대조표 축소는 보유잔액을 상당히 낮추기 위해 시작됐지만 2019년 세계경제 둔화에 중단됐고 결과적으로 줄어든 금액은 6,000억 달러에 불과한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축소한다고 해서 이번 코로나 위기 때 늘어난 것을 한번에 다 떨어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사실 지난 번에도 얼마 안 줄였다. 줄이다가 경기가 안 좋아지고 위기가 오니 다시 늘린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연준은 시장을 고려해서 적정 수준에서 대차대조표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증시에 부담이 안 가는 선에서 조정을 할 것이라는 말이죠.
10년 물 국채금리 1.70% 돌파…ADP 민간고용도 80만 넘어
이와 별도로 현 상황은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긴축정책을 펼 수 있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날 나온 ADP 전미 고용보고서를 보면 12월 민간부문 고용이 전월보다 80만7,000명이나 증가했습니다. 시장 예상치(37만5,000명)를 두 배 이상 웃돌았는데요. 서비스와 접객분야도 고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12월 ADP 민간고용 수치에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고용시장 영향이 아직 반영된 것 같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일단 12월 민간고용이 좋았던 만큼 노동부의 12월 고용보고서도 강세를 보일 확률이 높죠. 이미 인플레이션 대응에 늦은 데다 데이터를 중시하는 연준 입장에서는 12월 고용보고서가 좋으면 긴축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수차례 금리인상을 위해 남은 건 고용지표라고 말씀드렸는데 이제 거의 다 온 셈입니다. 월가에서는 12월에 42만2,000명의 고용 증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채권시장의 반응도 비슷한데요. 이날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1.70%를 넘어섰습니다. 1분기 내 2%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빠른 속도로 금리가 오르고 있지요. 크리스 자카렐리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이 경제둔화를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인상하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고 CNBC도 “연준이 금리인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이제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질 듯합니다. 7일에 나올 12월 비농업 고용과 12일에 발표될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부터 잘 살펴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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