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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양육비 채무, 이제 나라가 함께 챙긴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부모의 이혼은 자녀들에게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다. 이혼 당사자인 부모는 선택 또는 결정이라는 과정을 거치지만 자녀들은 그야말로 부모의 결정에 의해 그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듯 주변의 축하 속에 헤어지는 ‘쿨’한 이혼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자녀들은 옆에서 그 과정을 함께 겪으며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 또 어떤 경우 부모의 이혼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아동과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협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달려 있다. 정부가 양육비 채무 이행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양육비가 필요한 때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자신의 꿈과 진로를 포기할 수 있다. 과거 사적 채무로만 간주돼왔던 양육비 채무 문제에 정부가 직접 관여하게 된 배경이다.

2015년에 처음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설치된 것은 늦었지만 획기적인 변화였다. 2020년에는 양육비 이행에 강제력을 높이기 위한 큰 제도적 변화가 있었다.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해 운전면허 정지와 출국 금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됐고 명단도 공개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형사처벌 근거도 마련됐다. 이런 제도적 변화가 한꺼번에 이뤄지게 된 것은 그동안 양육비 채무 이행이 상당히 미진하고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복지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즉 사실상 아동학대에 준하는 일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새롭게 도입된 제도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전산 시스템을 보완하는 등 준비 작업을 해왔다. 지난 10월부터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16명과 9명에 대해 각각 운전면허 정지, 출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달 19일에는 이름·근무지 등이 포함된 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어렵게 첫발을 내디뎠지만 이 같은 조치들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명단 공개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출국 금지 조치를 할 수 있는 채무액 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부분들은 제도 시행 이후의 변화를 살펴보며 보완해 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양육비 채무가 국가가 직접 나서서 이행하도록 강제력을 발휘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양육비 이행 관련 또 한 가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채무자가 양육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아 자녀의 양육 환경이 위태로워질 때 국가가 우선 매달 20만 원씩 1년간 한시적으로 지급하고 나중에 채무자에게서 돌려받는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제도’다. 정부가 시급하게 필요한 지원을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지급 요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 비해 지원 금액이 크지 않아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양육 가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 지급 요건이나 방식에 대한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동네가 나서야 하듯 우리 아동·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양육비 채무 이행을 위한 인프라와 제도 개선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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