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사태 발생 전 여느 해처럼 연말 회식 자리가 많지는 않다. 모임이 없다고 해서 과식·폭식을 하지 말란 법은 없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집에서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송년 모임 분위기를 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식을 하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과식은 비만 뿐만 아니라 위식도 역류질환(역류성 식도염)·췌장염 등의 질환도 유발할 수 있는 식습관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역류성 식도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2월에 78만6,7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1월 74만6,537명, 9월 70만8,058명, 10월 70만2,061명, 1월도 69만9,909명 순으로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연말·연초, 추석 명절 전후에 역류성 식도염이 많이 발생한 셈이다. 아무래도 과식을 할 여지가 많은 시기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에 있는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가슴쓰림 또는 가슴통증·쉰 목소리·목 이물감·삼킴 곤란·인후통·기침·천식·속쓰림 등의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유발되는 질병이다. 재발하기 쉽고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특성이 있어 환자가 평생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김범진 중앙대 소화기내과 김범진 교수는 “위식도 역류질환은 잘못된 생활 습관과 식습관·과체중·비만·노화 등으로 인해 점점 위식도 접합부의 조임근이 헐거워지고, 이로 인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면서 자극하게 되면 증상을 발생시켜 식도에 염증 손상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인스턴트 음식 등은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인 경우가 많아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특히 과식 후 바로 눕는 습관은 역류성 식도염을 부르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기름지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식을 과도하게 즐기고 바로 눕는 생활 습관은 위식도 역류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역류성 식도염 발병을 막기 위해서는 인스턴트 식품 외에도 술과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 고염분식, 커피, 탄산음료, 민트, 초콜릿, 신맛이 나는 주스, 향신료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식사 후 바로 눕지 말아야 하며 식사 후에는 산책 등 가벼운 활동을 통해 소화가 잘 되도록 해줘야 한다. 늦은 시간 식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바르게 앉아서 식사를 해야 한다. 잠을 잘 때 높은 베개를 이용하면 머리 부분이 높아지게 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안지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식도 역류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해선 식후에 곧바로 눕지 않고 금연하는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활 습관 변화로 증상이 충분히 호전되지 않으면 약물 치료를 진행하며 이 두 방법으로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과식을 하면 급성 췌장염을 앓을 수도 있다. 췌장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 췌장염은 주로 과도한 음주와 담석 등에 의해 발생한다. 담석은 과식과 기름진 음식이 영향을 미친다. 만성 췌장염은 반복적인 췌장 손상으로 조직학적 변화를 정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췌장염을 말한다. 만성 음주가 주요 원인으로 과음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기름진 음식 등을 많이 먹게 되면 먹은 날 저녁이나 다음 날 새벽 담석성 췌장염이 잘 발생한다. 증상은 상복부의 극심한 통증이다. 통증은 수시간에서 길게는 수일간 지속된다. 통증은 통증이 심해서 보통은 바로 누워서 자기가 힘들다. 앞으로 몸을 구부리면 통증이 다소 완화돼 새우 모양을 하고 자게 된다. 메스꺼움과 구토를 하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전태주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화기병센터 교수는 “급성 췌장염의 80~90%는 대부분 금식·수액요법 등의 보존적 치료만으로 호전된다”며 “하지만 괴사성 췌장염의 경우 감염이 동반될 수 있고 패혈증과 다장기 부전 등으로 발전되면 중재적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인에 따라 담석성 췌장염이 의심되는 경우 내시경적역행담췌관조영술과 같은 내시경 시술을 시행해 사망률을 낮추고 합병증 발생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식뿐 아니라 음주도 급성 췌장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전 교수는 “급성 췌장염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음주이므로 췌장염 예방을 위해서는 되도록 술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급성 췌장염은 치료하고 완치 후에도 반복적인 음주로 인해 췌장염이 재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석성 췌장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을 마실 때 채소를 함께 많이 섭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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