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등 여파로 국내 입국이 어려운 형사사건 피해자의 영상 증언을 활용해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국내 첫 사례가 나왔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3일 오픈 채팅방에서 만난 외국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A(36)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서울동부지검이 지난해 3월 A 씨를 불구속 기소한 지 21개월 만이다. 검찰은 A 씨를 기소했으나 피해자가 고국으로 출국한 뒤 코로나19 등 여파로 우리나라로 입국하지 못하면서 재판이 지연됐다. 이후 검찰은 8월 재판부와 영상 증언을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해 9월 15일 영상 재판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를 상대로 증인 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A 씨는 혐의를 극구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영상 증언 등을 근거로 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는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워도 ‘영상 재판’을 통해 증인을 신문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개정이 이뤄진 덕분에 가능했다.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165조2의 2항에 따르면 ‘법원은 증인이 멀리 떨어진 곳 또는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고 있거나 건강상태 등 그 밖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하여 신문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8월 형사소송법에 원격 영상 증인 신문 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영상 재판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활용해 신문한 전국 최초의 사례”라며 “피해자 증언이 없으면 실체 규명이 어려운 상황에서 입국이 곤란한 피해자에 대해 영상 증언 기법까지 동원해 피고인에 대한 실형 선고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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