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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윗선 시작점’ 유한기 극단 선택…수사 전면수정 불가피

전날 사직서 맡기고 퇴근

유족 "유서내용 공개안돼"

정치권 일제히 특검 요구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연합뉴스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윗선’ 규명의 핵심 인물로 꼽힌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돌연 사망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당초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후 ‘민간사업자-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시’ 사이의 부적절한 커넥션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었지만 수사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오는 14일 오전 10시 30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이날 오전 7시 40분께 고양시 일산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뛰어내려 숨지면서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전 본부장이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에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유족들이 경찰에 “유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라 내용이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유 전 본부장은 최근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해 강한 압박감을 토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직원들에게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해온 그는 전날 비서실 직원에게 사직서를 맡기고 퇴근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2인자로 불렸던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팀’으로부터 2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한강유역환경청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1차 절대평가 위원장, 2차 상대평가 소위원장을 맡아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선정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황무성 초대 공사 사장의 사퇴에도 개입한 의혹도 받았다. 앞서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두 사람 간의 녹취록에서 유 전 본부장은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 실장(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 등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며 사퇴를 독촉하고 황 전 사장이 불쾌감을 드러내자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시장님 이야기입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의혹에 걸쳐 유 전 본부장의 발자취가 남아 있어 ‘윗선’ 수사의 키맨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검찰 측은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피의자의 조사 및 수사 과정에서 다른 특이 사항이나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의 사망에 검찰 수사가 좌초될 우려가 제기되자 정치권에서는 일제히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정의당 등 야권은 물론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당사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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