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포털사이트의 연합뉴스 퇴출이 언론계에서 단연 화제였다. 네이버·다음의 뉴스 계약을 심의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의위원회는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를 제재하기 위해 지난 9월 한 달간 기사 노출을 중단한 데 이어 11월 재평가에서 아예 연합뉴스와의 콘텐츠 계약을 해지했다. 연합뉴스는 포털사이트 뉴스 영역에서 사라졌다.
언론사들이 새삼 확인한 사실은 두 가지다. 첫째, 연합뉴스라는 거대 뉴스 매체조차 플랫폼 기업에 얼마나 무력한지다. 심의위라는 조직에서 내린 결정이라고는 하나 실제 운영에는 포털의 입김이 작용한다. 연합뉴스 측이 법원에 계약 해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포털 측은 뒤집힐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한다.
둘째, 독자들의 냉랭한 분위기다. 기사형 광고에 대한 비판도 그렇지만 포털에서 뉴스 공급량이 가장 많은 언론사가 빠졌는데도 정작 독자들은 불편을 토로하거나 항의하는 목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성명을 발표한 정치권과 온도 차가 뚜렷했다. 언론사들은 자연히 이런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매일 ‘좋아요’ ‘싫어요’를 누르는 독자들은 네이버 독자지 ‘우리’ 독자가 아니구나.
지난 20여 년간 국내 언론사들은 포털사이트의 성장에 편승했다. 포털사이트는 가장 큰 공론의 장이었고 편리한 데다 따로 비용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더 이상은 아니다. 20년 전과 달리 뉴스 말고도 콘텐츠는 넘쳐난다. 이제 포털은 ‘탈뉴스’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월 카카오는 뉴스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카카오톡의 ‘#뉴스’ 탭을 없앤 자리에 ‘카카오 뷰’가 신설됐다. 카카오 뷰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편집해 보여줄 수 있다. 언론사는 수많은 공급자 중 하나이며 뉴스는 다양한 콘텐츠와 경쟁해야 한다.
포털의 뉴스 편집권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도 끊어낸다. 카카오는 내년 1월 다음 뉴스에도 ‘뷰’를 확대 적용한다. 다 같이 인기 많은 뉴스를 보던 구조를 개인이 골라 보는 구독형 서비스로 바꾼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추천한 뉴스는 사라진다. 실시간 검색어 폐지, 댓글 제한, 언론사 구독 및 언론사 숨김 기능에 이은 ‘탈뉴스’의 마지막 단추다. 지금까지 카카오의 개편 방향을 따라온 네이버 역시 이번 기회에 뉴스 추천 알고리즘을 없앨 공산이 크다. 앞으로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 하는 장면은 보기 어려워질 것 같다.
연합뉴스 사태와 포털사이트의 움직임을 보면 언론사들의 ‘포스트 네이버’ 시대는 더 앞당겨질 듯하다. 포스트 네이버 시대도 결국은 언론사가 박차고 나오는 구도가 아니라 등 떠밀려 시작되는가 싶어 자괴감도 든다. 하지만 뉴스 플랫폼의 변곡점에 선 것이라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국회에서는 연말까지 시간을 벌어놓은 언론·미디어제도특별위원회가 공영 포털을 만드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현실성은 차치하고라도 민간 포털에 문제가 있으니 공영 포털이 대안이라는 단선적 접근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정부의 예산과 규제로 뉴스 포털을 운영하겠다는 발상은 언론인의 생각일까, 정치인의 생각일까. 더 시급한 일은 언론사들이 ‘포털 없이’ 독자와의 관계를 구축하고 뉴스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갖는 것이다. 포털 안에서 퇴색해버린 언론의 가치를 복원하고 브랜드 가치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100여 일 뒤 네이버에 81년생 CEO가 온다. ‘탈뉴스’한 포털과 ‘탈네이버’한 언론사는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새로운 뉴스 플랫폼을 통해 독자와 소통해야 하는 시대, 언론사들로서는 반가운 일인가, 외려 끔찍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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