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관장은 (한국형 경항공모함) 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에요, 없는 사람이에요!"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여당 소속 B의원의 이 같은 호통이 터져나왔다. 한국형 경항모 사업을 착수하기 위한 내년도 예산중 93%를삭감(72억원→5억원)하는 안건이 전체회의에 상정되자 경위를 따져 물은 것이다. B의원은 “(93% 삭감되고 남은 예산) 5억원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경항모) 사업이 갈지 안 갈지는 나중에 판단하자 이런 뜻 아니냐”고 추궁했다.
경항모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수차례 필요성을 강조해온 사업이다. 서해를 자신의 바다처럼 ‘내해화’하려는 중국을 비롯해 주변국들의 해양안보 압박이 심화됨에 따라 정규 항모보다 다소 작은 3만 톤급의 경항모를 2033년까지 만들어 대응하려는 프로젝트다. 이 같은 핵심전력 예산이 거의 대부분 잘리고 5억원만 남아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니 문 대통령의 경항모 추진 정책을 지지하는 여당 소속 B의원이 분통을 터뜨릴만 했다.
이날 B의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회 국방위는 내년도 경항모 착수예산을 93%를 삭감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바통을 이어 받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93% 삭감안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사실상 현 정부 임기내 경항모 사업 추진은 물건너 가게 된다.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점유한 국회에서 대통령이 강조한 사업이 좌초위기에 몰린 까닭은 무엇일까. 그동안 비공개됐던 내막을 서울경제신문이 단독으로 공개한다. 의원 및 당국자들의 실명은 당사자들의 명예를 감안해 익명 처리한다.
◆예비심사 3차례나 열렸지만,,,경항모 예산 지킨 의원은 ‘0명’
국방위가 지난 16일 오후의 전체 회의에 앞서 예산결산심의소위원회를 연 것은 지난 9월 1일부터 이달 16일 오전까지 총 7차례였다. 그중 경항모 예산을 본격적으로 예비심사한 것은 3차례(12월 12월, 15일, 16일 예산소위)였다. 여태껏 이 세 차례의 예비심사 내용은 비공개 상태였다. 서울경제신문은 정치권 및 당국을 통해 아직 공개되지 않았던 회의내역을 입수했다.
입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7명(여당 4명, 야당 3명)의 예산소위 의원중 경항모 착수 예산 72억원을 원안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발언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국방위 소속 의원중 B의원만이 72억원의 예산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으나 그는 예산소위 멤버가 아니어서 예비심사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대신 예산소위 소속 여당 의원중 C의원이 예산 일부를 지키려고 나섰지만 그는 원안 유지가 아니라 18억 7,200만원 감액안을 제안했다. 또 다른 여당 의원인 D의원은 아예 함재기 후보 기종을 문제삼으며 경항모 건조에 대해 조건부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이처럼 여당마저 외면하다보니 경항모 사업은 3차례의 예산 예비심사 과정에서 좌초될 수밖에 없었다. A기관장은 지난 12일과 15일의 예비심사에서 72억원의 경항모 착수 예산을 원안대로 유지시켜줄 것을 호소했으나 설득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A기관장은 지난 16일 예비심사에서 93%의 예산삭감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경항모, 정말 쓸모 없나
야당은 지난 12~16일 국방위 예산소위의 예비심사에서 경항모 사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내년도 착수 예산의 전액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야당의 경항모 반대론은 크게 4가지 논리로 전개됐다. 경항모 무용론, 경항모 무장능력 및 생존성 논란, 한반도 연안방어 공백론, 예산 과소 추계 논란이다.
경항모 무용론과 관련해 야당 D의원은 우선 “대한민국 영토, 도서, 영해를 지키는데 경항모가 굳이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북한 대응용으로는 쓸모가 없다고 못 박았다. 우리나라 근해를 지키는 해군의 ‘연안작전’ 차원에선 경항모가 아닌 구축함, 잠수함 등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우리 상선의 무역항로 보호 등을 위한 ‘원양작전’ 차원에서도 경항모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만약 우리의 원양 무역항로가 위협받는다고 해도 속도가 느린) 항모를 끌고 밖으로 언제 나가겠느나"며 “국제관계나 외교로 풀면 된다”고 주장했다.
D의원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국제해양법 질서’를 내세웠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는 국제협약을 맺어 각국의 선박이 타국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 공해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무해통항’을 인정했다. 다른 나라의 영해일지라도 제 3국의 선박이 통보하면 무해통항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특정 국가가 이 같은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무역항로를 차단한다면 전세계를 적으로 돌리게 된다고 D의원은 지적했다. 그럴 경우 해당 국가는 국제통상체계에서 퇴출되고 정권이 버틸 수 없기 때문에 무역항로를 차단하는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여당 소속 C의원도 경항모 무용론에 기운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그는 경항모 건조사업 완료시점이 2033년임을 환기하면서 “만약 우리가 그때 경항모를 완성한다고 하더라도 일본과 견주어보면 한 30년 가까이 (해군력이) 뒤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경항모가 그 당시(2033년)의 군사적 흐름이나 시대적 흐름에 조응할 수 있느냐 이것도 지금은 확신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해군은 이 같은 경항모 무용론에 반론을 폈다. E참모부장은 북한이 비대칭 전력으로 공격해 우리 군 공항이 폐쇄되면 공군이 군공항을 복구하기까지 수시간이 걸리는데 개전초의 수시간은 굉장히 긴 시간이고 지적했다. 따라서 “(공군이 공항활주로 등을 복구하는 수시간 동안의) 그 사이에 항모 탑재 항공기들이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 중 몇 개를 피격시킨다면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항모를 통해 유사시 대북 상륙작전과 평시 북한 도발억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E참모부장은 원양 무역항로 위협이 발생하면 외교력으로 풀면된다는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외교력만으로는 그 같은 사태를 푸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평상시 경항모를 통해 동맹국들과 공조(해상안보 협력)해 대한민국의 입지를 키우면 동맹국들과의 좋은 관계가 구축돼 외교로 문제를 푸는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설익은 함재기 논란
경항모의 무장능력과 관련해선 주장비인 ‘함재기’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쟁점화됐다. D의원은 함재기 기종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항모 기본설계 등을 추진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여당 소속 F의원은 경항모 함재기의 후보군의 하나로 미국의 수직이착륙전투기 ‘F-35브라보(F-35B)’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기종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F-35브라보를 전제로 해서 (경항모 사업을) 하는 것은 저는 반대”라고 밝혔다. F의원은 F-35B 대신 국산 초음속전투기 ‘KF-21 보라매’를 함재기로 삼는 방식을 제안했다. 아울러 KF-21를 탑재하기 위해 경항모 규모를 5~6만톤급(사실상 정규항모)로 만드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그는 제안했다.
이에 대해 B의원이 예비심사 종료후 국방위 전체회의를 통해 적극 반론을 폈다. 그는 일본의 항모인 ‘이즈모’사례를 들었다. 이즈모도 함재기 최종 결정 전에 항모 기본설계를 개시한 후 함재기종이 변경되자 설계 변경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항모도 함재기 결정 전에 사업을 착수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라는 차원에서 사례를 든 것이다. 실제로 일본 해상자위대는 당초 이즈모를 헬기 탐재용 항공모함(DDH)으로 개발하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하다가 F-35B전투기로 함재기를 바꾸기로 결정한 뒤 항모의 기본설계 변경에 나섰다.
지상발진 전투기인 KF-21을 해상발진용 경항모 함재기로 삼자는 F의원 제안에 대해선 E참모부장이 난색을 표명했다. E참모부장은 예산소위 예비심사에서 “KF-21은 항모 탑재로 개발하는 데 시간도 걸리고 그리고 착륙하려면 비행갑판이 지금 개념으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대신 KF-21이 지상형으로 제대로 완성되고, 대형수송함인 독도함(배수량 1만4,000톤급)이 오는 2045년 수명을 다해 도태되면 KF-21을 독도함의 후속함 함재기로 국산화해보는 방안을 연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상발진형 전투기인 KF-21이 공대공 및 공대지 공격능력을 완비(이른바 ‘블럭-2’)하려면 2028년에야 가능하다. 따라서 그 직후부터 함재기형 파생모델로 개량한다고 해도 연구개발과 전력화 검증에 최소 7~10년은 걸릴 것이기 때문에 2033년 경항모 건조시기에 맞춰 KF-21 함재기형을 완성하기는 어렵다는 게 항공업계의 중론이다. 방위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F-21를 바다 위 항모에서 뜨고 내릴 수 있는 함재기로 개량하려면 해상 악천후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기체현상과 엔진 등을 상당부분 바꿔야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사실상 새 비행기를 만드는 것 만큼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경항모 건조기간에 맞춰 단기간에 완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KF-21을 탑재하기 위해 3만톤급 경항모 사업을 5~6만톤급 정규항모 사업으로 전환하게 되면 건조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게 돼 사업타당성조사 등을 통과할 수 있을 지도 불확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함미사일 위협 놓고 ‘창과 방패’ 논쟁
경항모의 방어력과 관련해선 주변국의 대함미사일 위협이 국방위 예산소위 예비심사에서 쟁점화됐다. D의원은 약 2,000km 사거리의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 ‘둥펑-21’과 북한이 개발해온 ‘북극성’ 계열 대함탄도미사일을 감안할 때 한국의 경항모가 한반도 주변 해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유사시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항공모함전단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전략 차원에서 다양한 종류의 순항 및 탄도미사일을 대함무기로 개발해왔고, 북한도 이를 따라하고 있다.
이에 대해 E참모부장은 북한의 정찰·탐지 능력 한계로 우리 항모를 찾기 어려워 대함미사일이 있어도 맞추기 어렵다는 취재로 설명했다. 망망대해에서 계속 이동하는 배를 찾으려면 인공위성이나 항공기, 지상·수상 레이더 등으로 찾아야 하는데 북한은 정찰용 위성을 갖추지 못했고, 항공정찰은 우리 군의 압도적인 공군력과 방공능력으로 인해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다. 유일한 방안이 레이더로 우리 함정을 탐지하는 것인데 북한의 레이더 기술과 설비 한계로 인해 수평선 너머 수십km 이상 거리에서 작전하는 우리 함정을 먼저 탐지해 선제공격하기는 어렵다고 군사전문가들도 보고 있다.
반면 중국의 대함미사일 위협 수준은 북한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E참모부장도 인정했다. 중국은 위성·항공·레이더정찰력에서 상당한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주변의 호위함들이 항모를 보호할 수 있도록 우리 군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항모 방호 방안에 대한 서울경제신문의 질의에 대해 최근 한 당국자는 “경항모가 건조되면 호위함대로 이지스급 구축함(KDX-3) 2척, 미니 이지스급 구축함(KDDX) 2척 , 일반 구축함(KDX-2) 2척 등이 붙어 적의 미사일, 항공기 공격을 요격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대공 탄도요격미사일인) ‘천궁-2’를 기반으로 해상형 탄도요격미사일을 개발해 항모전단에 탑재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함미사일 공격이 ‘창’으로 찌르는 공격이라면 이를 막기 위한 호위함대의 방공체계를 통해 ‘방패’ 역할을 맡기겠다는 뜻이다. 우리 군은 이미 세계에서 두번째로 적외선 탐색과 레이더 탐지의 이중탐색모드로 적의 항공기와 미사일을 추적해 격추하는 함대공미사일 ‘해궁’도 개발해 전력화한 상태다. 따라서 유사시 적의 초음속 순항미사일 공격은 해궁 등을 통해 방어할 수도 있다. 우리 군은 미래에 현실화될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요격체계도 다층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항모전단 원정가면 ‘앞마당’ 수비 뚫릴까
대한민국 영해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연안방어에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경항모 예산 예비심사에 쟁점으로 떠올랐다. D의원은 ‘호르무즈해협 분쟁’ 사태와 관련해 과거 우리 동맹국이 한국군에 이지스함 추가 파견을 요청했지만 우리 군이 한반도 안보상황 때문에 추가파견하지 못했던 점을 되짚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해군이 경항모 건조해 항모전단을 꾸려 해외로 원양 작전을 나가면 우리 영해 방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E참모부장은 “북한의 위협이 있으면 (원양작전을) 안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당국자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연안전력 공백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대해 “앞으로 경항모 건조에 성공해 항모전단을 구성하게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북한의 도발 위협을 견제하기 위한 전력으로 활용하게 된다”고 전했다. 또한 “이미 우리의 연안은 기존의 1~3함대가 구성돼 기본적으로 우리 해역을 방어를 하고 있고, 앞으로 경항모를 기함으로 삼아 구성할 기동함대의 전투함들도 이미 소요제기를 통해 확보했거나 중기계획상 국방예산에 반영했기 때문에 경항모가 건조됐다고 해서 기존 해역함대에서 전투함을 빼오는 전력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항모 기동함대가 해역함대의 전력에 구멍을 만드는 게 아니라 보강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게 이 당국자의 전언이다.
본지 총사업비 분석해보니 함재기 포함해도 4.5조
40년 운영비까지 합산해도 年2,740억원 분담 수준
年50조원 달하는 국방비의 0.5%에 못미치는 금액
정부, 내년 국회 예산심사에 경항모 재도전한다지만
대선으로 정권 바뀌면 사업순항할지 장담하기 힘들어
사업불씨 살리려면 연내에 예결위에서 예산증액해야
◆사업비 과소추계 논란은 숙제
사실 경항모 반대론의 최대 이슈는 사업비 규모다. 실제로 경항모 사업비는 당초보다 다소 상승했다. 당초 군이 발표했던 사업비는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약 2조원이었다. 이는 선행연구 단계에서 총사업비가 2조262억6,000만원으로 산정된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해당 사업에 대해 사업타당성조사를 할 것을 통보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3~8월 사업타당성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사업비는 30.8% 증가한 2조6,496억8,000만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함 건조 비용과 관급장비 비용이 선행연구 내용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진단된데 따른 것이다.
D의원은 이 같은 KIDA의 조사결과도 실제 비용보다 크게 축소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2조6,496억여원은 경항모 선체 건조비용만을 추산한 값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경항모에 탑재될 함재기와 이를 호위할 구축함 등의 비용까지 감안하면 총 사업비는 10조원이나 20조원대에 육박할 수 있다고 D의원은 예산 예비심사 과정에서 강조했다. 또한 KIDA가 내놓은 경항모 선체 건조 사업비는 노무 관리비용 등이 정확하게 계산돼 있지 않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경항모 사업타당성조사 결과에 대한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KIDA는 향후 경항모의 총사업비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 이유로 ‘레퍼런스 함’이 부재해 노무공수 추정이 불확실하고, 전투체계 비용을 업체측이 제시하지 않았으며, 해외기술지원비도 변동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명시했다. 쉽게 말해 기존에 경항모 건조와 비교할 선박 건조 사례(레퍼런스 함)이 없어서 인건비 등이 얼마나 들어갈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또한 함재기 등 전투체계에 들어갈 비용이 얼마인지 업체측에서 견적을 내 주지 않아서 정확한 가격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우리보다 먼저 항모를 건조해 운용 중인 나라나 방산기업에서 경항모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댓가로 우리나라에 얼마를 요구할지도 추산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총 사업비 10조~20조원 주장은 정확하지 않은 자료에 기초한 괴담수준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B의원은 예산소위 종료후 16일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어떻게 (경항모 사업에) 10조가 들어가느냐”며 “어불성설”이라고 맞받아쳤다. E참모부장도 앞서 예산소위를 통해 “독도함을 만들 때에도 (함재기, 호위함 등의 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총사업비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해군이 확충하고 있는 구축함 등은 경항모가 기동함대에 편성됐을 때에만 호위함으로 따라붙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다목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경항모 사업비에 합산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함재기까지 포함한 비용은 얼마
만약 경항모 선체 개발 비용에 더해 함재기 구입 비용까지 합산해도 10조원은 넘어서기 어렵다. 미국 국방부가 2021회계년도 예산으로 요청한 F-35B 10대의 구매비용(procurement cost)은 13억5,800만 달러(약 1조6,242억원)였다. 1대당 약 1,624억2,000만원에 구입하는 셈이다. 우리 군이 추진하는 경항모에는 최대 12대 안팎의 함재기가 실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모두 F-35B로 구입한다면 약 1조9,490억4,0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해볼 수 있다. 여기에 KIDA가 분석한 경항모 사업비(2조6,496억8,000만원)을 합산해도 경항모 건조 및 함재기 12대 구매 총비용은 4조5,987억원 가량이어서 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10조~20조원'은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최대 40년으로 예상되는 경항모 운용기간의 유지비용도 합산해 국민부담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미국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이 올해 7월 7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병대가 보유중인 F-35B 전투기의 1대당 비용은 연간 910만달러(약 109억원)으로 분석됐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우리 경항모에 12대 F-35B를 운용하는데 들어가는 연간비용은 1,090억원이라고 볼수 있다. 아울러 우리 해군이 밝힌 경항모의 순수 운용유지비(함재기 등 전투체계 비용 제외)는 연간 약 500억원이다. 이를 기초로한 경항모 및 12대의 F-35B 함재기의 연간 운용유지비는 총 1,590억원이며 이를 40년간 운용할 경우 6조3,6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우리 해군이 경항모 1척을 건조하고, F-35B 12대의 함재기를 구입해 40년간 운용하는데 들어가는 총 비용은 약 10조9,587억원(약 4조5,987억원+약 6조3,600억원)으로 추산될 수 있다. 연간 약 2,740억원 가량을 40년간 분담하는 셈인데 한해 50조원대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국방예산의 0.5%에도 못 미치는 이 정도 액수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인지는 여야가 진정성있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항모 좌초 방관한 청와대·국방부
이번 경항모 예산 심의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여당 의원과 국방부가 사실상 방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 국방위원회 예산소위의 경항모 사업 예비심사 과정에서 예산안 원안을 지키기 위한 발언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당 예산소위 의원도 사실상 야당의 공세를 지켜만 보거나 일부 맞짱구치기까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A기관장과 해군 E참모부장이 고군분투했지만 결과적으로 착수 예산 93% 삭감을 피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사정의 배경을 물은 서울경제신문의 질의에 한 여당 의원은 "현재 청와대가 경항모 사업을 사실상 신경 쓰지 않고 있으니 우리 여당 의원들도 (경항모 사업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안해 야당의 논리를 제대로 반박하지 않고 예산을 감액해버렸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D의원 등은 예산소위 심사 당일까지도 국방부로부터 '경항공모함 연구용역 및 사업타당성조사 결과'보고서를 제출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D의원은 경항모 사업을 공개적으로 반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그를 비롯한 경항모 사업 반대측의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세심함이 부족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5억원 가량의 소액 예산은 확보한 만큼 경항모 사업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 삭감된 만큼 내년도 예산에 증액 편성한다면 경항모 개발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을 낙관하긴 쉽지 않다. 내년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 문재인 정부의 경항모 사업을 이어 받을 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여당이 재집권하면 복지예산을 한층 더 강화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방 전력개선비 등의 예산을 줄여 복지 예산의 재원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고, 야당이 집권시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을 상당부분 뒤엎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 집권하더라도 경항모 사업이 살아 남을 수 있을 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국방부, 방위사업청, 합참 및 각군 수뇌부가 차기 정부에서 새로 짜여진다면 이들 새 수뇌부가 아예 경항모 사업에 대해 판단을 달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와 현재의 군 수뇌부가 진심으로 경항모 사업에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 남은 예산 처리 절차인 국회 예결특위 심의과정에서 경항모 착수예산을 원안대로 되살리거나, 삭감 금액중 일부 금액을 증액할 수 있도록 여야를 설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