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정한 주택 정책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공정주택포럼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논의 주제는 다양했다. 임대차 3법의 정당성을 법적으로 검토하는 발제를 비롯해 도시 고밀화가 왜 주택 가격 안정의 해법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발제도 있었다. 학계에 있는 몇몇 교수들만이 참여하기에는 아까운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책 당국자라면, 입법 권한을 쥔 국회의원이라면 이런 논의에 참여해 추후 마련할 정책이나 법안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일부를 포함해 다수의 정치계 인사가 세미나를 찾았다. 하지만 이들은 말 그대로 행사에 ‘참석’했을 뿐 ‘참여’하지는 않았다. 이 중에는 해당 행사의 공동 주최자도 있었지만 그는 기조강연을 한 다음 사진을 찍고 10분 안에 자리를 떴다. 다른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시급한 일정이 있어 자리를 지킬 수 없었던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10여 명 모두가 일거에 자리를 비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날 그 시각 국민의힘에서는 당 지도부 차원의 다른 일정이 없었다.
이와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준 정치인들이 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다. 지난여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공시가격 정상화’를 주제로 4시간여 동안 열린 세미나에 참여한 이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공시가격이 어떻게 산정되며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기술적·법적으로 짚어보는 지난한 내용이었지만 배울 것이 많은 자리였다. 원 전 지사 본인이 직접 ‘대장동 특강’을 할 수 있었던 내공은 이런 자세에서 왔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구상은 좋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좋은 정책은 경청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끝까지 자리에 남아 배움의 자세를 보이는 정치인이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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