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구조의 선거대책위원회다. 처음 보는 체계인데, 매우 우려된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17일 더불어민주당의 ‘매머드’ 선대위를 향해 내놓은 쓴소리다. 그는 민주당 ‘영입 인재·비례대표 의원 모임’ 주최 간담회에서 “지금 선대위는 명확한 의사 결정 구조를 갖추지 못한, 매우 비효율적인 체계”라며 “후보 측근과 선대위 핵심 멤버들이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정치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않으면 승리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선대위가 주특기·전문성 중심의 전지 배치가 아니라 철저한 선수 중심으로 캠프 안배에 끼워 맞췄다는 것이다. 양 전 연구원장의 지적이 나오기 전부터 매머드 선대위의 비효율적 체계에 대한 지적은 차고 넘쳤다. 이재명 선대위에 대한 전면 개편 움직임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쉽지는 않다. 세 가지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이다.
①출범 보름 만에 전면 개편? 역풍 더 클까 우려=먼저 거론되는 방안은 후보 직속 의사 결정 기구 도입이다. 과거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흥창팀’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금강팀’이 별동대 역할을 수행했다. 광흥창팀에 합류했던 한 관계자는 “현역 의원이 180명에 달해도 중심축이 없으면 모래알 조직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어차피 큰 선거는 소수가 이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 전 연구원장도 “천금 같은 한 달의 기간을 인사안만 짜다 허송했다”며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별동 조직이 생기면 당내 분열 등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측근 의원들로 구성된 7인회나 성남시장·경기지사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그룹들이 전면 부상하면 원팀 기조는 무너지고 내부 분열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②이해찬 등판? 강한 정권 교체 여론이 큰 부담=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맞설 대항마이자 구원투수로 이해찬 등판론도 언급되지만 장점만큼이나 단점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해찬 전 대표는 친문 이미지가 너무 강해 외연 확장과 정권 교체 여론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기자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구설수에 자주 올라 2030의 반감이 큰 것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부상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③文 정부와 차별화? 文통의 높은 지지율 역풍=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도 이 후보가 풀기 힘든 숙제다. 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공개 사과하는 등 차별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과감한 선 긋기는 주저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보다 이 후보 지지율이 낮아 차별화보다는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먼저 적극 껴안아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청와대와 친문 인사들이 이 후보의 차별화 행보에 거부감을 보이는 모습도 감지된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마지막까지 애쓰는 대통령에게 ‘수고한다’ ‘고맙다’ 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물론 이 후보는 문 대통령 등과의 차별화는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다음 주부터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옷을 입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대표도 다음 주 월요일 선대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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