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여권 지지층 통합을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처음으로 공식 만남을 갖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26일 오전 11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차담 형식으로 이 후보와 면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선거와 관련되지 않고 정치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사안으로만 대화를 할 것이란 게 청와대 측 설명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26일 면담에는 문 대통령, 이 후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만 배석한다”며 “차담이든 오찬이든 면담의 형식보다는 의미에 주목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면담 이유에 대해서는 “민주당 후보로 선출이 되셨고 이전에 그러한 전례도 있었다”며 “나누실 말씀도 있어서 면담하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제를 미리 조율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관위 유권해석을 통해 비정치적인 내용으로 대화를 하시는 것이다.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도 그런 해석을 한 번 받았다. 선관위 유권해석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범주 내에서 이루어지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대장동 특별검사 도입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이전에 검찰과 경찰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수사하라는 그런 말씀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린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2일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직접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야권의 특검 요구에 사실상 선을 그은 것이다.
‘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만남이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사와 관련해서 혹여라도 다른 해석을 낳을 그런 대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시정연설 전 환담 자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대장동 의혹에 대해 엄중한 수사를 요청했다는 발표와 관련해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관련 발언을 하셨고 대통령께서는 경청하셨다”고만 답변했다.
당초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26일이 아닌 27일께 회동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26일에는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가 예정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및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참석, 교황청 방문 등을 위해 28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7박9일 간 청와대를 비운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결국 예상보다 회동 일정을 앞당겼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제자리 걸음을 걷는 상태에서 하루빨리 민주당 후보로서의 적통성을 인정해 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10일 최종 후보 선출 직후 문 대통령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와 이 후보는 앞서 지난 14일 짧은 인사를 먼저 나눴다. 문 대통령은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 행사에서 이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러 걸어가면서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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