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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부족 1년 지나도 안 풀려···미국 내 생산확대는 안보 사안"

[2021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러몬도 美 상무 '반도체 정보공개' 재강조

'亞 셧다운'이 쇼티지 불러…美 생산은 고작 12% 불과

공급망 투명성 높이면 6~12개월 동안 큰 발전 있을 것

기업들 美서 공장 짓기 위해선 '정부 인센티브'도 중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최근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성에 관해 얘기하는 모습. 그는 20일(현지 시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블룸버그




미국 정부의 반도체 판매 및 재고 정보 제출 요구 시한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반도체 공급난이 1년 후에도 안 풀릴 수 있다며 미국 내 생산 확대는 심각한 국가 안보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과 대만 같은 주요 생산국의 우려에도 지금의 노선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러몬도 장관은 20일(현지 시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해 “반도체는 한 달 혹은 두 달, 여섯 달, 열두 달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분야”라며 이같이 말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구멍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고 칩 활용 분야가 크게 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산업의 성장세는 가팔라 칩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칩 제조 시설이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 등 아시아에 대거 밀집돼 있는 점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말레이시아에는 인텔을 비롯해 르네사스·텍사스인스트루먼트·AMD·NXP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의 제조 및 테스트 등 후공정 시설이 밀집돼 있다. 러몬도 장관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말레이시아의 많은 공장이 문을 닫은 것이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다만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이면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동안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TSMC 같은 주요 업체의 반도체 공급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반도체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그는 기업의 제출 자료가 부실할 경우 냉전 시대에 만들어진 국방물자생산법(DPA)을 통해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도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미국에서 시작했다. 한때 40%의 반도체가 미국에서 제조됐지만 지금은 12%”라며 “장기적으로 우리는 미국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첨단 반도체 칩은 대만 생산 비중이 7%로 미국은 하나도 만들지 않는다”며 “이는 상당한(significant) 국가 안보 문제”라고 덧붙였다.



러몬도 장관은 또 “의회에 계류 중인 520억 달러(약 61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법안이 올해 내 처리되기를 바란다”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 위해서는 연방정부의 인센티브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TSMC·삼성전자의 미국 제조 시설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보조금 등의 인센티브를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전반적인 공급난이 해결되는 시점에 관한 질문에 “정확한 날짜를 줄 수 없을 것 같다”며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지만 크리스마스 때의 상품 지연은 있을 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큰 틀에서 문제가 될 수준의 공급 대란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최소 몇 달 동안은 공급난과 운송 대란이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러몬도 장관의 중장기적 전망은 밝다. 그는 “이미 목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건축자재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예방 접종 뒤 직장으로 돌아가는 일들이 많아질수록 노동 공급이 풀리고 경제 전반에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그에 따른 일터 복귀가 고용 시장과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교착 상태에 빠진 중국과의 관계에 관해 “우리는 중국과 강력한 상업적 관계를 원하며 미국 기업들이 중국 및 중국 기업들과 사업하기를 원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한다. 미국은 공정한 경기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항상 우리에게 장벽을 치고 있다”며 “미국 회사들은 세계 최고”라고도 했다.

특히 러몬도 장관은 “우리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일정 부분이라도 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중국과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원하는 ‘공정한 경기장’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려면 중국 정부가 적정 수준의 미국산 제품 수입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국가 안보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수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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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로스앤젤레스=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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