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의 시대에서 콘텐츠는 팬들에 의해 완성된다. 콘텐츠에 깊이 빠진 팬들이 내놓는 수준 높은 해석이나 2차 콘텐츠는 콘텐츠 소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공개와 동시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글로벌 1위를 달성한 ‘오징어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이정재를 비롯한 주연 배우 4명이 미국 NBC 간판 토크쇼인 ‘지미 팰런쇼’(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하며 글로벌 팬덤이 구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계 ‘오겜 덕후’들이 앞다투어 다양한 복선이나 연출에서의 디테일, 그리고 옥에 티를 찾아내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개봉작 리뷰 전문 유튜브 채널 ‘우리집영화관’에서 ‘오징어 게임’을 두 배 이상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댓글모음 영상, ‘뇌피셜 다모았집'을 제작했다.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오징어 게임을 감상하지 않았다면 본편 시청 후 영상을 클릭하는 것을 권한다.
“빨간 딱지를 선택하면 진행 요원, 파란 딱지를 선택하면 참가자?” 색에 담긴 다양한 해석들
이정재(기훈)에게 공유가 갑작스레 다가와 ‘딱지 치기’를 제안하는 장면은 작품의 초반 몰입도를 끌어올렸던 장면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이 짧은 장면에서 숨겨진 스토리를 발견해낸 누리꾼이 있었다.
댓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유는 가방에서 두 가지 색의 딱지를 꺼내어 보이며 빨간색과 파란색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제안하는데, 이 때 빨간색을 선택하면 게임의 진행 요원이, 파란색을 선택하면 게임의 참가자가 된다는 것. 추측의 근거는 붉은 계통의 색이 분홍색 옷을 입은 진행 요원 등 게임의 주최 측을 상징하고 푸른 계통의 색이 초반 기훈이 쓰고 있던 파란 모자나 참가자들의 초록색 트레이닝 복 등 게임의 참가자들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다른 장면에서도 이런 추측에서 비롯된 댓글이 적지 않다. 게임의 1번 참가자 오일남이 2화의 게임 진행 여부 투표에서 X버튼을 눌렀을 때 얼굴에 붉은 빛이 비치는 모습을 오래 보여주는 것이 결말의 복선이라거나 마지막 화에서 기훈이 붉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는 것이 주최 측이 되어 게임에 참가하려는 오징어 게임 시즌 2의 예고라는 식이다.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 오징어 게임의 또 다른 의미?
작품의 제목인 ‘오징어 게임’의 의미에 대한 색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한 누리꾼은 게임의 상금이 계속해서 누적되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된 천장의 거대한 돼지 저금통에 주목한다. 첫 번째 게임이 끝난 이후 겁에 질린 참가자들에 의해 게임 중단 여부 투표가 행해지기 직전, 게임의 주최 측은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돼지 저금통에 쌓이는 지폐들을 보여주며 게임의 상금을 공개한다.
이 때 참가자들이 있던 방의 불이 다 꺼지고 돼지 저금통을 비추는 노란색 조명에만 불이 들어오는데 이것이 실제 오징어잡이에 사용되는 ‘집어등’과 모양새가 매우 유사하다는 것. 천장에 매달린 채 노란 빛이 나는 동그란 돼지 저금통은 거대한 전구를 연상시키고 이것을 보고 홀린 듯이 모여드는 게임 참가자들의 모습은 마치 집어등을 보고 모여드는 오징어처럼 보인다. 스스로가 죽을 운명이라는 것도 모른 채 빛을 향해 몸을 던지는 오징어들처럼 돈에 홀려 죽음의 공포를 잊고 게임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을 비유하는 제목이 바로 오징어 게임이라는 해석이다.
귀여운 옥에 티? 아니면 복선?
어떤 팬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옥에 티를 찾아내며 즐거워하기도 한다. 돼지 저금통에 쌓인 지폐들의 일련번호가 모두 같다는 옥에 티는 이미 유명하다. 이 밖에도 참가자들을 실어 나르는 회색 스타렉스 차량들의 번호판이 모두 ‘7278’로 같다거나, 기훈이 들고 있던 핸드폰의 기종이 갑자기 바뀌는 등의 옥에 티가 있다.
한편 옥에 티같지만 사실은 결말이 숨어있는 복선이었던 장면도 있다. 형사 황준호가 참가자 명단을 뒤지는 장면을 자세히 확대해보면 다른 해의 참가자 명단과 달리 2020년도 참가자 명단은 1번이 아닌 2번부터 시작한다. 오징어 게임을 마지막 편까지 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등장인물의 최후는 업보의 결과?” 예고된 죽음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을 ‘소름 돋게’ 할 해석이 담긴 댓글을 소개한다. 등장인물들의 최후, 즉 결말은 모두 초반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예고되어 있었다는 놀라운 주장을 담고있는 내용이다.
이정재가 분한 기훈의 경우, 456만원을 새벽에게 소매 치기 당해 잃은 뒤, 새벽이 묶인 손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더 이상 그녀에게 ‘돈을 돌려 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어머니를 걸고 맹세하지만 곧바로 그 말을 어긴다. 그래서인지, 결말에서 456억원을 얻지만 결과적으로 어머니를 잃는다.
새벽의 경우는 더 직관적이다. 2화에서 탈북 브로커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협박했고 그 곳과 완전히 동일한 부분의 목에 상처를 입어 죽음을 맞는다. 다른 참가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즉 ‘자신의 업보 때문에 죽을 때 결국 똑같이 당하게 되는 것’이라는 해석이 제시된 것인데, 단순히 ‘뇌피셜’로만 치부하기는 힘들 정도로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하자.)
이 놀라운 해석은 미국의 초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의 게시글에서 처음 등장했다. 전세계 수많은 팬들이 다 함께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만큼 다채롭고 놀라운 해석들이 나오고 있는 것. 이밖에도 ‘오징어 게임’ 관련 다양한 리액션(반응) 영상과 패러디 영상들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꾸준히 양산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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