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수천억 원의 배당 수익을 올린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1~7호 소유주 및 관계자들의 이름과 행보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정작 자금 흐름은 오리무중이다. 검찰과 경찰 수사에서 대주주 김 씨 등이 화천대유·천화동인에서 빌린 수백억 원의 뭉칫돈이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 제기되는 로비 자금으로 사용된 것이 드러날 경우 이번 사건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초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에서 빠져나온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수사팀은 최근 입수한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제출한 녹취록 파일 19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자금이 빠져나간 경로와 사용처 등을 분석 중이다.
검찰이 수사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천화동인 1호 소유주인 김 씨가 회사에서 지난해까지 빌려간 473억 원의 사용처다.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수상한 자금 흐름으로 판단해 서울용산경찰서에 통보한 내용이다. 김 씨는 지난달 27일 경찰에 출석하면서 “개발 부지에 묘지 280기, 임차인 100여 명 등 성남의뜰이나 화천대유가 직접 처리할 수 없었던 토지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금 용도로 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액의 이장비를 일일이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규모도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점을 고려할 때 로비 자금으로 쓰인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도 정치권과 법조계·성남도시개발공사 등 주요 관계자를 대상으로 총 350억 원에 이르는 로비를 논의한 대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 등 이른바 ‘50억 원 약속 클럽’이 존재한다는 설도 파다하다. 김 씨는 대장동 사업에서 577억 원(화천대유)과 1,208억 원(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을 받았는데 회사에서 빌린 대여금을 상환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천화동인 3·4·5·6호에서도 360억 원에 달하는 대여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천화동인에서 나간 판관비, 선급금 등을 포함하면 1,000억원대에 이른다.
화천대유와 자회사 천화동인 1호를 비롯해 천화동인 2호(101억 원)·3호(101억 원)·4호(1,007억 원)·5호(644억 원)·6호(282억 원)·7호(121억 원)가 챙긴 배당 이익 4,040억 원의 경로도 관심사다. 대장동 사업 시작부터 관여해온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 명의로 건물과 땅을 사들이고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이외에도 김 씨, 정 회계사(천화동인 5호)와 김 씨의 누나(천화동인 3호), 김 씨의 언론사 후배(천화동인 7호) 등도 본인과 법인 명의로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대 부동산을 사들였다.
화천대유·천화동인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둘러싸고 의혹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이날 체포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실질적 설계자로 꼽히는데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이면서 화천대유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 방식을 설계해 화천대유에 특혜를 몰아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 회계사 역시 화천대유가 유 전 본부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정황이 담긴 사진과 단서를 검찰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이 차명으로 소유 중인 ‘유원홀딩스’는 이렇게 흘러 들어온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앞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에) 개입한 게 아니라 개입할 수 없게 다 프로세스가 돼 있다”면서 “제 재산 기록을 다 보면 알겠지만 10년 동안 거의 변동이 없고 오히려 내려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자택 압수 수색 과정에서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지고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등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검찰이 금명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이재명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뒤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올라 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화천대유 측은 변호인을 통해 “350억 로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화천대유 측은 “개발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자 투자자들 간에 이익의 배분 비율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 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된 것에 불과하다”며 “사업과 관련된 모든 계좌의 입구와 출구를 조사해 자금 흐름을 빠짐없이 규명한다면 객관적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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