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에서 한발 비켜 있는 도시형생활주택(도생), 주거용 오피스텔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16일 청약을 받은 ‘판교 SK뷰 테라스’ 3군(84T)의 경우 무려 2,312 대 1을 기록했을 정도다.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도 2년 사이에 5배 가까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非)아파트 ‘틈새 상품’ 시장이 과열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이들에 대한 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혀 투기 수요 기승 및 실수요자들의 부담, 난개발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판교 SK뷰 테라스'에 9.2만 명 몰렸다…최고 2,311 대 1>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날 도시형생활주택인 판교 SK뷰 테라스(292세대)의 청약에 9만 2,491명이 몰리면서 평균 316.7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2세대를 모집한 3군(84T)에만 2만 7,739명이 접수해 2,311.5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판교 SK뷰 테라스는 판교대장지구 마지막 민영 주택으로 평(3.3㎡)당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슷한 3,440만 원으로 책정돼 11억~13억 원의 높은 분양가로 논란이 됐었다. 하지만 아파트가 아닌 도생이라는 점에서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통장과 주택 소유, 거주지 등의 자격 제한 없이 청약이 가능해 신청자가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
도시형생활주택은 1~2인 가구 및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사실상 아파트로 간주되면서도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운 점이 부각되면서 투자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수분양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분양된 주택들의 분양가 상위 10곳 중 8곳이 도시형생활주택이었으며, 1위인 ‘더샵 반포 리버파크’의 경우 평당 분양가가 무려 7,990만 원에 달했다.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 2년 만에 4배>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도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전국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청약(접수일 기준)에서 2만 1,594실 모집에 26만 3,969명이 접수하며 12.2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년 전인 2019년 3.11 대 1(1만 2,697실 모집에 3만 9,481건 접수)보다 4배가량 높은 수치다. 다만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 2019년 7월 이후 분양 오피스텔의 청약 경쟁률 데이터를 제공하는 점을 감안해 매년 하반기(7~12월) 경쟁률을 살펴보면 △2019년 3.11 대 1 △2020년 5.5 대 1 △2021년 18.01 대 1로 2년 새 5배 가까이 높아졌다. 높은 인기 덕에 오피스텔 가격도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전국 오피스텔 평균 매매 가격은 2억 345만 원에서 꾸준히 올라 1년 뒤인 올해 2억 851만 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의 청약 경쟁률 급등에 대해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 영향으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 데다 아파트 청약 문턱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아 청약 가점이 낮은 이들이 오피스텔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피스텔 역시 청약 통장 유무와 상관없이 청약할 수 있고, 당첨자도 추첨으로 선정해 저가점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 당첨 후 아파트와 달리 소유권 이전 등기 전까지는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세금 면에서도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의 도생·오피스텔 건축 규제 완화 방침과 맞물려 이들 틈새 상품에 대한 투기 수요가 기승을 부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청약통장 없이 청약금만으로 청약이 가능하고 당첨 이후에도 전매 제한이나 실거주 규제가 없어 다주택자나 법인의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에 대출·세제 등 규제를 회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의 진입이 더욱 늘어남에 따라 풍선 효과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