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강 모(56)씨가 과거 본인의 성범죄 사건 재판에서 피해 여성을 증인으로 세워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자 ‘국선 변호인의 잘못된 변론 탓’이라며 법원에 진정을 넣는 등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1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강 씨는 지난 2005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국선 변호인에게 ‘강제추행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실제 여성 피해자가 증인으로 나서는 일은 없었다. 당시 국선 변호인인 A 변호사는 강 씨의 범행으로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여성이 법정에서 증언할 경우 오히려 양형 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 변호사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변호인 입장에선 변론에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 강 씨를 만류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 씨는 재판 과정에서 유독 성폭력 혐의에 대해선 ‘그런 사실이 없었다’며 완강히 부인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강 씨는 강도강간·강도상해죄 등으로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가 가출소한 지 4개월 만인 2005년 8월께 공범 3명 등과 강도 범행을 저질렀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을 보면 강 씨는 유흥비 마련을 목적으로 약 40일 동안 7차례나 강도 행위를 주도했다. 뿐만 아니라 저항하는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씨를 제외한 나머지 공범들은 강제추행에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애초 강 씨는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됐으나 2심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변경됐다. 1·2심 모두 강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2006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강 씨는 당시 재판 과정에서 A 변호사의 설득에 수긍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되자 태도가 돌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 이유서에 “국선 변호인의 회유로 사실과 다르게 강간 혐의를 자백했다”는 취지로 기재한 게 대표적 사례다. 또 “A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으로 1심 판결을 망쳤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A 변호사는 “오래전 사건이지만 자신의 형량을 깎기 위해 저에 대한 거짓된 진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해 기분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 씨의 ‘남 탓’ 행태를 두고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기질이라고 분석한다. 강 씨가 여성 피해자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거나 변호인 변론을 탓하는 게 본인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원망 대상을 찾는 행위라는 것이다. 기자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하거나 욕설을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전과 14범인 강 씨는 1996년 강도강간·강도상해죄 등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에도 징역 5년형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국선 변호인이 임무를 게을리 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또 매번 재판부에 음주, 경계성 인격장애, 사회에 대한 반감, 정신적 공황 등으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내세웠다. 강 씨는 지난달 3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를 나서던 중 살해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회가 X 같아서 그런 거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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