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 폐간과 홍콩 사회의 자유 침해에 대응해 관련자 제재와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유럽의회 주요 정당들이 지난 6~7일 중국의 계속되는 홍콩 탄압을 비난하는 결의안 초안을 작성했다. 이날 의회에서 이에 대한 토론과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SCMP는 “해당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지만 압도적인 찬성 속에 채택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결의안 초안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홍콩의 고도 자치와 자유를 해치는 정책을 채택하고 실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존 리 홍콩 정무부총리, 샤바오룽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 뤄후이닝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 등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인권 상황이 확실히 개선됐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유럽 정부 대표와 외교관들이 중국의 베이징동계올림픽 초청을 거절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이 영국, 호주, 캐나다처럼 홍콩의 민주 활동가와 정치 지도자들의 유럽 이주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결의안은 "홍콩의 인권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으며 좀더 구체적으로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개적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EU가 유엔에 홍콩 특사 임명을 촉구해야한다고 밝혔다.
유럽의회는 아울러 EU-중국 투자협정에 대한 비준을 동결한 자신들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앞서 유럽의회는 지난 5월 20일 중국의 EU 인사에 대한 제재 해제시까지 EU와 중국 간 투자협정을 비준하지 않기로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SCMP는 "최근 독일, 프랑스 정상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회담에서 투자협정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투자협정은 유럽의회의 지지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독일 사민당 에블린 게브하르트 의원은 SCMP에 "우리는 언론의 자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의안 논의는 매우 쉽게 이뤄졌다"며 "우리에게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서방에서 중국의 인권문제를 연일 지적하고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 연설에서 외부 세력이 괴롭히면 14억 명으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가 부딪쳐 피가 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대만 통일 의지와 홍콩 등에 대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도 재차 밝히며 미국 등 서구가 이 문제에 관여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WP 편집위원회는 지난 6일 사설을 통해 시 주석의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을 거론하며 "시진핑은 독재 통치하의 중국이 이웃국과 민주주의 세계, 특히 대만에 위협을 증대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강경파가 불필요하고 위험한 중국과의 신냉전을 부추긴다고 우려하는 이들은 시진핑의 연설을 읽을 필요가 있다"며 "그 연설은 중국의 원대한 야망과 이를 추구하는 호전성이 세계 질서, 어쩌면 세계 평화에 진정한 위협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민족주의자의 불만으로 가득한 시 주석 레토릭(수사)의 오만함은 중국의 이른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근원임을 시사한다고 했다. 늑대전사는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관을 지칭한다.
WP는 '우린 다른 나라를 괴롭히거나 압박하며 노예화한 적 없다'는 시 주석 주장에 대해 "위구르인과 무슬림이 강제 수용소에 갇혀 그들의 문화를 포기하도록 강요받는 티베트와 신장 지역에서 비통한 불신감을 불러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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