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 주,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료의 질 워킹그룹 회의가 열렸다. ‘코로나로 인해 붕괴한 의료 시스템을 진단하고 원상 복귀시킬 계획(recovery plan)을 수립하고 있는가?’라는 특이한 질문을 회원국들에 던졌다. 놀랍게도 많은 유럽 국가들이 이미 계획을 수립했다고 응답했다.
불과 한 달 전이지만 백신 접종률과 일일 발생 신규 환자 수로 본 당시 한국 상황에서 복귀 계획은 먼 일로 느껴졌다. 전 국민의 4분의 1이 백신을 맞은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다. 팬데믹으로부터 완전 탈출하든, 지속하는 변이 코로나19와 함께 살게 되든 끝이 보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일상을 찾는 계획이 필요하다. 보건 의료 영역이 그 핵심이다. 신종 감염병을 포함한 보건 의료 위기 대응 시스템으로 새롭게 자리 잡아야 한다. 사실 한국이 코로나19에 대처를 잘한 이유 중 하나로 2015년 메르스의 혹독한 경험을 꼽는다. 많은 대책은 그때를 반성하면서 만들어졌다. 그게 끝이기를 바랐지만 그 덕을 이번에 톡톡히 봤다.
대유행의 대처는 바이러스 막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기가 지나갈 때까지 의료 체계가 ‘버텨야’ 한다. 먹는 특효약이 개발됐던 2009년 신종 플루 대유행 상황과 코로나19 유행이 다른 지점이다.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 기관에 보내서 신체가 스스로 이겨내도록 도와야 한다.
감염병뿐 아니라 다른 중병을 가진 환자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중단 없이 제공해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감염병은 언제든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다른 측면도 있다. 유행이 지나가면 병원 가기 두려워 줄었던 의료 이용 중 일부는 다시 폭증할 것이다.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어린이들의 손 씻기 버릇은 평생 남아 감염병 발생 패턴을 바꿀 것이다. 정신 건강 영역도 그렇다. 최근 자살 수 자체는 줄었지만 우울증 환자는 증가했다.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는 자살이 오히려 줄고 회복기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는 기후변화가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발생하고 유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의 건강을 넘어서 동물 전체와 환경 분야를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이른바 ‘하나의 건강(One Health)’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모든 대책은 보건 의료를 넘어선 경제·사회 전반의 영역 안에서 조화롭게 수립돼야 한다. 메르스의 뼈아픈 실패가 코로나19의 성공적 대처로 이어졌듯이 코로나19 대응을 차분하게 ‘평가’하고, 보건 의료 전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이전(transition)’ 계획 수립이 시급하다. 결코 이르지 않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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