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방부 장관 및 군 지휘관에게 군사법원 행정을 관장케 하는 ‘관할관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공군의 한 여성 부사관인 이모 중사가 군내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뒤 지난 3월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군 사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사는 데 따른 후속대책으로 풀이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군내 성폭력 사건 예방 및 대응 실태와 시스템을 재점검하여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하여 민간 전문가들이 동참하는 민·관·군 합동기구를 조속히 구성하여 장병 인권보호, 군 조직문화,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등 병영 전반에 대해 종합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었다.
서 장관은 특히 “군 사법제도 신뢰성 제고를 위해서는 군 형사 절차에 대한 지휘관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수사와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개혁과제들이 정상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서 장관의 ‘군 형사 절차에 대한 지휘관 영향 력 축소’ 발언이 관할관 제도 폐지를 의미하는지에 대해 “민·관··군 합동위원회에서 결정을 할 사항이므로 지금은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론에 정례브리핑했다. 이어서 “일단 의지는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제도 하에선 고등군사법원 관할관은 국방부 장관이 맡고 있다. 보통군사법원의 경우 국방부 산하 법원이라면 국방부 장관이, 그밖의 부대에 설치된 법원이라면 해당 부대 및 지역의 장이나 책임지휘관이 맡는다. 관할관은 군사법원 행정사무를 관장하는 직책이다. 인사권(심판관 임명, 재판장 지정권)도 갖고 있다. 일부 형에 대한 감경권(확인조치권)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제도 하에선 국방부 장관이나 부대 지휘관이 군내 형사 사건 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군의 검경 역시도 해당 관할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지난 3월의 이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도 초동 수사 부실 의혹, 상부 허위보고 의혹 등이 일고 있는 배경에는 군사 경찰·검찰이 관할관인 군 지휘관 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법사위에 제출한 ‘군사법원 현안보고’자료를 통해 “제1회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11일부터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심위는 군검찰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여부, 수사 적정성 및 적법성 등의 심사 역할을 맡는다.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언론계 등의 민간전문가 10여명이 수심위에 참여해 자문역할을 하게 된다. 오는 11일의 첫 수심위 회의는 이 중사 사망사건부터 심의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