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야권 대선 후보 ‘판 키우기’에 돌입했다. 이미 유력 후보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더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문재인정부에서 현직을 맡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까지 야권 대전주자의 후보군에 넣고 있다. 국민의힘이 외부인사에 대거 문을 열어 흥행을 유도하는 ‘용광로 대선 경선’의 불 지피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3일 “전당대회 이후인 7월 대통령 후보 예비등록 기간이 시작되면 당내 후보와 외부인사가 야권 통합 후보를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 본격적으로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께 외부인사와 내부인사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 플랫폼(기반) 위에서 경쟁하는 이른바 ‘용광로 경선’이 시작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보수진영 대권주자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둔 국민의힘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계획을 읽을 수 있다. 정진석 의원은 홍 의원의 복당에 대해 “홍 대표의 입당 시기는 6월 전당대회 이후로 했으면 한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대표, 김동연 전 아주대 총장 등과 동시에 합류하는 형태”라고 지난 18일 밝힌 바 있다. 홍 의원이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과 김 전 경제부총리와 비슷한 시기에 당에 합류해 야권 대선 경선을 치르면 더 큰 흥행을 노릴 수 있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공교롭게도 홍준표·윤석열·김동연의 ‘동시 입당’ 발언이 나온 직후 윤 전 총장은 서울대 반도체연구소를 찾았고 김 전 부총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현금복지’를 비판하는 ‘기회복지’를 내세워 사실상 대선을 겨냥한 발언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당 밖 잠룡 3인에 그치지 않고 문재인정부 내에서 일방통행식 탈(脫)원전정책에 정면으로 대항한 최재형 감사원장도 야권대선 주자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차기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든 중진 인사들도 한 목소리로 최 원장을 영입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22일 당 대표 경선 후보로 등록하며 “더이상 최재형 원장, 윤석열 총장, 김동연 부총리는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아니다. 엄연히 정권심판과 정권교체의 기수들”이라고 강조했다. 거론되는 야권 후보만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2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 의원, 윤 전 총장, 김 전 부총리, 최 원장 등 7인에 달한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야권 후보에 대한 선택지를 넓혀 차기 대선 경선 흥행을 유도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내년 대선을 범여권과 ‘1대 1구도’로 만들려는 전략으로도 보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합당에 그치지 않고 범야권 인물, 더 나아가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대하는 인사까지 모두 국민의힘 플랫폼 위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행보가 ‘윤석열 리스크’ 줄이기라는 진단도 있다. 윤 전 총장은 아직 대권 도전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 국민의힘에 입당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김 전 부총리와 최 원장 등 다른 당 밖 야권 주자들을 띄워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 선언과 입당을 에둘러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윤 전 총장이 대선 경선에서 이탈할 경우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도 반영됐다. 야권 한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검증대에 오른 뒤 지지율이 더 뛸지, 반기문 전 유엔총장과 같은 경로를 밟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모든 야권주자가 한꺼번에 경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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