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등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동시에 열린 가운데 야권이 후보자들에 대한 도덕성을 지적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가족 동반 출장 및 배우자 논문 내조 의혹에 대해 “적절했다”는 취지로 답변해 되레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여당은 이에 임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방침을 정했고 여당은 “흠집 내기를 중단하라”며 낙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 후보자의 해외 가족 동반 출장 의혹에 대해 따져 물었다. 박대출 의원은 임 후보자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던 지난 2016~2020년에 과기부 산하 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4,316만 원의 비용을 지원한 해외 출장 내역을 공개하며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질책했다. 임 후보자는 2016년 일본 오키나와, 2018년 미국 하와이, 2019년 뉴질랜드 오클랜드, 202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남편과 두 딸 등 가족과 함께 출장을 떠났다. 임 후보자는 “문제가 없었다고 보느냐”는 박 의원의 질의에 “(경비를) 각각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출장지에서 가족과 같은 호텔 방을 썼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박 의원은 “그게 무상 숙박이다. 국가 세금으로 자녀·배우자의 호텔비를 충당하라고 준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임 후보자는 그러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논란만 더욱 증폭시켰다. “콘퍼런스를 갈 때 가족을 동반하는 게 관행이냐”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야당 의원의 지적은) 문화적 차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박성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대 교수가 다 가족을 대동하고 학회를 가느냐”고 반박했다.
또 임 후보자는 제자가 쓴 논문에 남편을 18차례나 공동 저자로 올린 데 대해서는 “남편이 지도하는 게 적절했다.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장관 욕심 때문에 제자의 논문을 표절 논문으로 만들었다. 파렴치한 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나서 “좀 겸허하게 말씀하시는 게 좋겠다”고 지적했다.
부인이 영국에서 고가 도자기와 샹들리에를 세관 신고 없이 들여온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3개월 이상 사용하면 면세되는 품목으로 들여온 8개의 샹들리에를 예로 들며 “영국에서 지냈던 거처가 30평밖에 안 된다. 궁궐에서 살았느냐”고 쏘아붙였다. 박 후보자는 “사려 깊지 못한 처신에 사과드린다”며 “관세법 위반은 관세청의 의견이 나오는 대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아내의 카페도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세종시에서 공무원 특혜 분양을 받은 뒤 실거주 없이 팔아 약 2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점과 자녀의 강남 위장 전입 의혹과 관련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경위와 관계없이 송구하다”며 수차례 사과했다. 노 후보자는 실제 거주하지 않은 점을 들어 ‘갭 투기’라고 몰아세운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세입자가 들어온 지 7~8개월밖에 되지 않아 세입자 보호를 위해 관사에 머물렀다”고 해명했다. 증여세 논란이 불거진 문승욱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증여세를 잘 몰라 잘못했다. 세금을 추가 납부했다”고 밝혔다. 특정 대기업에서 명절 선물을 수수한 문제가 제기된 안경덕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청문회를 마친 뒤 문 후보자에 대해 해명이 충분하고 설득력 있다고 판단, 여야 합의를 통해 산업부 장관 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노 후보자와 안 후보자에 대해서는 야당이 이날 내놓은 해명을 일부 수용하고 결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추가 논의에 돌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도덕성 문제에 더해 해명까지 논란을 낳은 임 후보자와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방침을 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임 후보자는 이날 남편 논문은 물론 가족 동반 해외 출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해명을 내놨기 때문에 채택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박 후보자 역시 국민 눈높이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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