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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 목욕·녹조 낀 물통…동물 미용학원 '학대 온상'

미용업과 달리 학원은 규정 없어

관리·감독 부재로 사각지대 방치

"법 바꿔 제도권 포함시켜야" 지적

한 대형 동물미용학원에서 실습 전후 강아지들이 케이지 안에 갖혀 있는 모습./독자 제공




미용 실습을 하기 전후에 강아지들이 케이지 안에 갇혀 있는 모습. 현행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 관련 일부 업종에 시설 규격 등을 규정해놨지만 미용 학원은 해당 사항이 없다./독자 제공


“노령견을 찬물 목욕 시키는데 숨 넘어가려고 해서 커피포트라도 가져와서 물을 데우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돌아온 건 ‘그래서 필드에서 미용하겠느냐’는 핀잔이었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게 동물 미용학원의 현주소예요.”

사육 농장에서 길러지던 강아지로 미용 실습을 하는 일부 애견미용학원이 동물 학대의 온상이 되고 있다. 정부가 반려동물 업종에 대해 동물권 보호를 의무화했지만 미용학원은 포함돼 있지 않은 탓에 감시 사각지대에서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급증하면서 동물 미용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반려동물 미용업으로 등록된 업장은 6,351곳으로 전년 대비 34.4%나 증가했다. 2018년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 미용업이 등록업으로 지정되면서 관련 사업자들은 미용 작업대와 동물 낙상 예방을 위한 고정 장치를 비롯해 동물 목욕에 필요한 욕조·급수·온수 시설을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

미용 중 다치거나 건강이 악화됐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강아지들./독자 제공




물통 안에 녹조가 떠 있는 모습./독자 제공


하지만 반려동물 미용업 종사자를 교육·양성하는 학원들은 관련 법이 규정한 업종에 포함돼 있지 않은 탓에 대부분 시설이 열악한 게 현실이다. 일반 미용 업장에는 기본적으로 온수 시설과 낙상 방지 장치, 휴식 공간 등이 규정돼 있지만 전국적으로 여러 지점을 보유한 대형 학원에서도 이것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이들 학원은 좁은 케이지 안에 여러 마리의 실습견들을 몰아넣는 바람에 배변 관리가 잘 안 돼 위생 상태도 좋지 않다. 한 대형 동물 미용학원에 다녔던 40대 김 모 씨는 “좁은 케이지 안에 5마리씩 강아지를 몰아넣고 물도 안 주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심지어 물에 녹조가 끼는 일도 잦아 문제 제기를 했지만 학원 측은 들은 척도 안 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는 “새끼를 낳자마자 미용학원에 끌려가 찬물에 목욕을 하고, 서툰 가위질에 신체 일부가 잘려 나가는 아픔을 견뎌야 하는 개들이 있다”면서 애견 미용학원의 동물 학대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처벌·예방·관리·감독을 촉구했다. 해당 글에는 현재 4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동의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미용업에서 구비해야 할 낙상 방지 장치. 전국에 여러 지점을 둔 대형 미형 학원조차 이같은 시설을 갖춘 곳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허진 기자


이들 미용학원에서 사용되는 실습견들은 대부분 인근 사육 농장에서 제공된다. 번식을 최우선으로 하는 농장주들의 입장에서는 비가임 기간인 강아지들을 미용학원으로 보내면 미용을 시켜주고 사료 등의 보상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학원들도 사료 제공 외에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실습견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동물 미용학원의 학대 우려에 대해 서울시청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일부 학원에서 학대 위험이 있다는 민원이 들어오긴 하지만 지도 점검 권한이 없어 사실상 실태 파악이 불가능하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미용학원들도 제도권 안에 들어오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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