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없이 ‘오토파일럿(자율주행)’ 모드로 운행 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테슬라 모델S 차량이 나무와 충동해 남성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 테슬라 운전자들이 오토파일럿 장치를 속일 수 있는 방법을 입증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 북부에서 2019년형 테슬라 모델S 차량이 빠르게 커브길을 돌다가 도로를 이탈해 3m가량 떨어진 곳에 있던 나무를 들이받았다. 차량은 충돌 직후 불길에 휩싸였으며, 소방대원이 출동해 4시간여 만에 화재를 진압했지만 탑승자 59세, 69세 남성 2명이 모두 사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탑승자 2명 중 1명은 뒷좌석에, 또 다른 한 명은 차량 앞 조수석에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차량의 운전석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당국은 이번 사고가 테슬라의 자랑인 반자율주행모드(오토파일럿) 기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충돌사고로 탑승자 2명이 숨진 것은 자사의 오토파일럿 시스템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머스크는 19일 트위터에 “현재까지 복구된 데이터 로그를 보면 오토파일럿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해당 차량은 완전자율주행(FSD) 옵션도 구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표준 오토파일럿 기능을 작동하려면 차선이 있어야 하는데 (사고가 일어난) 거리에는 차선이 없었다”고 적었다.
테슬라 측은 오토파일럿 장치를 이용하려면 운전자가 항상 핸들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해 왔지만, 테슬라 운전자들이 공개한 일부 동영상은 테슬라 차량이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경고를 보내는 데 수 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핸들에 무게감이 있는 물병이나 오렌지 등을 올려놓을 경우, 차량은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다고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에서도 아무도 운전석에 앉지 않거나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졸고있는 동영상이 테슬라 팬들 사이에서 공유되곤 한다고 전했다.
이에 지난해 독일 뮌헨 법원은 '오토파일럿' 명칭 사용은 허위 광고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 측에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시스템 설계 및 사용에 대한 더욱 엄격한 안전 사항을 요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반자율주행 기능을 자율주행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라며 “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할 때에도 반드시 핸들에 손을 얹고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혁 기자 mineg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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