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거른 후 해양 방류하는 구상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는 전날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오염수 방류와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으나 참석자들은 일본 정부 구상에 공감하지 않았으며 여러가지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노자키 데쓰(野崎哲)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 연합회 회장은 오염수 방류 구상에 대해 "(후쿠시마에) 토착해서 어업하는 입장에서 반대"라는 입장을 밝혔다. 간노 다카시(菅野孝志) 후쿠시마현 농업협동조합 중앙회 회장은 인접 국가들이 후쿠시마산 농산물의 수입을 계속 규제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일본 측의 계획이 타국의 공감을 얻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설명회에서는 안전대책에서 불상사가 이어져온 도쿄전력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자체로부터 제기됐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민간연구소 니혼소켄(日本總硏)의 모타니 고스케(藻谷浩介) 수석연구원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했을 때 ALPS로 거른 오염수를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마셔도 되냐"고 물었으나 실제로는 마시지 않았던 일을 18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실은 기명 논설에서 거론했다.
모타니 수석연구원은 "삼중수소 외에도 방사성 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이유를 추정하면서 "그렇다면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물질은 배출 기준 이하라는 것을 제삼자가 검증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한 후 도쿄전력 경영진이나 정치가 등이 카메라 앞에서 처리수(ALPS로 거른 오염수)를 희석하고 끓여서 마시는 정도의 것을 하면 어업에 생기는 '뜬소문 피해'도 발생하지 않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것을 하지 않고서 '설명'만 거듭해도 세상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후쿠시마의 고통은 경감되지 않는다"며 "부족한 것은 삼중수소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신용'인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간의 경과를 보면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의 감독 태세에 대한 불신은 오랜 기간 쌓여온 것이다. 도쿄전력은 2014년에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정황을 파악하고도 이를 장기간 공표하지 않아 불리한 사실을 은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도쿄전력은 '원인 규명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적시에 공표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으나 공감을 얻기는 힘들었다. 올해 2월 후쿠시마에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도쿄전력이 고장난 지진계를 방치한 사실이 드러나 리스크 관리 태세에 대한 의문을 키우기도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설비 등의 문제로 인해 원전 탱크에 보관하고 있는 오염수 125만t(지난달 기준) 중 약 70%에는 제거되어야 했을 각종 방사성 물질이 일본 정부 기준보다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매체 닛칸겐다이(日刊ゲンダイ)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도쿄전력은 ALPS의 본격 가동에 필요한 '사용 전 검사'를 마치지 않아 2013년부터 8년간 '시험 운전' 상태였다. 후케타 도요시(更田豊志)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해서 저류(물 등을 모아둠)할지가 매우 급했다"고 14일 참의원 자원에너지조사회에 출석해 이유를 설명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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