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경제는 골디락스 시대를 맞았으며 호황이 오는 2023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V자’ 반등을 넘어 차원이 다른 경기회복을 이룰 것이라는 뜻이다.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이날 연례 주주 서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와 2조 2,500억 달러(약 2,500조 원)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초과 저축으로 미국이 골디락스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골디락스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다. 높은 경제성장 속에서도 물가와 금리가 서서히 오르는 이상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지난해만 해도 다이먼 CEO는 코로나19 위기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35% 감소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1년 만에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다이먼이 최소 수년간은 미국 경제가 강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다이먼 CEO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지출을 언급하면서 “그것은 많은 돈이다. 경제 호황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가계가 저축을 크게 늘린 것이 향후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실제 세계 경제 전망 수정치를 내놓은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연 6.4%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1월의 예상치보다 1.3%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미국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한동안 급등세를 보이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연 1.6%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달 비농업 부문 고용이 91만 6,000명 늘어 시장 전망을 너끈히 제쳤다. 서비스업과 제조업 두 축이 동시에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실업률도 6%로 하락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최근의 고용 추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종말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날이 밝다”고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증시 전망도 좋다. 다이먼 CEO는 “현재 증시가 고평가돼 있지만 2023년까지 호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이먼 CEO 서한의 핵심은 낙관론”이라며 “이번 편지는 총 66쪽으로 지금까지 발송된 것 가운데 가장 길다”고 전했다.
다이먼 CEO는 호황으로 법인세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세금이 인상될 것”이라면서도 “법인세율의 변화는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며 완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이먼 CEO는 미국의 빠른 경기회복이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 경기가 크게 둔화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는 긴축 발작으로 인한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이먼 CEO는 “성장이 부채를 정당화하지 않는다”며 “부채가 너무 많이 늘고 있고 인플레이션 상승도 일시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빠른 금리 상승→자산 버블 붕괴→금융시장 충격→경기회복 둔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그는 “미국의 인종차별과 빈부 격차, 정치적 분열을 즐기고 있는 중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려면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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