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발의한 법안보다 임대료를 더 올려 받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다. 특히 “시세보다 싸게 계약했다”는 박 의원의 해명이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임차인 부담 완화’를 내세워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묶는 법안을 발의한 후에 뒤늦게 ‘시장 시세’를 언급하는 것이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1일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박 의원을 “위선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런 분들이 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참여연대 출신이고,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자기들이 다 대변하는 척, 정의와 공정을 독점한 척 해왔던 분들”이라고 꼬집었다. 또 박 의원이 임대차법을 발의한 당사자라는 점을 지적하며 “법 통과되기 직전에 전월세를 그렇게 올렸다고 하는 것은 임차인에게 법 시행 전에 엄청난 고통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태섭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박 의원의 해명을 문제 삼았다.
앞서 박 의원은 신당동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임대료를 9% (보증금전월세 전환율 4% 적용) 올려받았다는 보도에 대해 “신규 계약이기에 주임법상 전월세 전환율의 적용을 받지 않아 시세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데 부동산중개업소 사장님은 제 입장을 알고 있기에 시세보다 많이 싸게 계약하신다고 했고 저도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기존에 아파트를 보증금 3억원 월세 100만원으로 임대했으나, 지난해 7월 신규 계약을 통해 보증금은 1억원으로 낮추고 월세를 185만원으로 올려 받았다.
이에 대해 금 의원은 “전형적인 동문서답”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박 의원에게 제기된 비판은, 임대차법 개정안을 발의해서 전월세상한제에 앞장 선 의원이 정작 본인은 법 통과 전 대폭 임대료를 올렸으니 적반하장 아니냐는 것”이라며 “그런데 박 의원은 자신을 향하는 질문 자체를 엉뚱하게 왜곡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한다”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논점은 ‘왜 남들한테는 5% 이상 못 올리게 하고 너는 9% 올렸냐’ 이다”라며 “아무도 박 의원에게 시세보다 크게 낮은 금액에 계약을 체결했어야 한다는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같은 답변 방식을 두고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진지한 비판이나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의 말을 막히게 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을 속이고 모욕하는 짓”이라고 성토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역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시세보다 낮은 금액이었다’는 해명은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시세보다 20만원만 낮게 임대한 것이 잘못’이란 말은 쟁점을 다른 데로 돌리려 노력하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다. 강 대표는 “앞에서는 사회 정의를 외쳤지만 막상 자신의 말을 삶에서 실천하지 못했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강 대표는 민주당의 최근 행태에 대해 ‘오늘만 대충 수습하자’의 준말인 ‘오대수’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그런데 민주당에 대한 무너진 신뢰는 오늘만 대충 수습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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