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광주를 찾았다. 김 위원장은 전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이기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직후 광주 방문 일정을 잡았다. 호남 출신 유권자는 서울시 인구의 약 15% 수준으로 다른 지역 출신을 압도한다. ‘호남 구애’를 지속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차기 대권 승리까지 염두에 두고 호남행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吳 이긴 날 김종인 “호남 일정 잡아라”
5·18민주묘지 찾고 관련 단체 간담회
5·18민주묘지 찾고 관련 단체 간담회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광주 국립 5·18묘지를 참배한다. 이날 김 위원장은 5·18 관련 단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 현안들을 경청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호남 민심’을 강조했다. 이에 맞춰 당도 적극적으로 ‘호남 구애’에 나섰다. 김 위원장이 지난 8월 보수정당 대표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5·18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전남 지역이 홍수 피해를 입자 국민의힘 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대거 현장을 찾아 수해 복구를 돕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광주에서 정책협의회도 열었다. 최근에는 당 지도부인 사무총장에 전남 보성 출신인 정양석 전 의원을 임명했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가운데 당선권인 20위 내에 호남 출신 인사를 4분의 1을 추천하는 정책도 확정하며 ‘호남구애’를 계속했다.
이런 가운데 당은 4·7일 재보궐선거를 준비에 돌입했고 김 위원장도 올해 직접 호남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전날 4·7 재보궐선거의 가장 큰 승부처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이루어지자 김 위원장은 곧장 호남행 일정을 잡았다.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주문으로 광주 일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 인구 14.8%가 호남 출신
서울 선거 넘어 대권도 ‘파괴력'
서울 선거 넘어 대권도 ‘파괴력'
김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호남사람들이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달라’고 저한테 말한다”는 말을 해왔다. 또 지난해 10월 국민통합위원회 회의에서는 “서울 인구 구성을 보면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역시 호남 지역 사람들”이라고 밝히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본지가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를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서울에서 광주(1.4%), 전남(7.6%), 전북(5.8%) 등 호남 출신지 인구비율은 14.8%다. 출생지가 서울(47.9%)인 사람들을 제외하면 호남 출신 인구가 가장 많다. 단일 지역으로도 전남 출신만 경기(7.9%)와 맞먹는다.
반면 부산(2.6%)과 대구(1.7%), 울산(0.5%), 경북(4.8%), 경남(3.1%) 등 영남이 출신지인 인구 비율은 12.7%다. 광역시 3곳과 경상도 전체를 다해도 호남 출신인구보다 적다.
정치권은 서울(47.9%)·경기(7.9%) 출신 인구가 지역색이 옅고 중도·무당층 성향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 인구의 약 55.8%가 이 같은 성향을 보인다고 가정할 때 호남 출신 유권자(14.8%)의 파괴력이 예상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더 나아가 “호남 민심을 잡아야 대권에서 승리한다”는 취지로 여러 번 강조했다. 이는 수도권 전체에서 차지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을 보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말이다. 경기도에서 호남 출신 인구가 12.3%로 영남(10.7%)보다 많다. 인천도 호남 출신 비율(11.4%)이 영남(8.4%)보다 높다. 호남의 민심을 사야 차기 대선의 최대 전장인 수도권에서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로 오 후보가 선출되자마자 광주를 찾은 것도 이번 보궐선거를 넘어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에는 광주에 일회성 방문을 하는데 그쳤지만 김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꾸준하게 호남을 찾고 있다”며 “앞으로도 호남 방문과 지원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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