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7월 35세의 변호사 찰스 멍거(Charles Thomas Munger)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한 카페에서 26세의 사업가 워런 버핏을 처음 만났다. 천재여서 한눈에 천재를 알아본 것일까. 멍거는 “(첫 대면에서)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고 버핏은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즉각 알아차렸다”고 기억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버핏 회장과 부회장인 멍거는 평생을 단짝으로 지냈지만 첫 만남 이전부터 둘의 인연은 남달랐다. 멍거가 1924년 1월 1일 태어난 오마하의 집이 버핏 부모의 집에서 불과 90m 거리였고 두 집안의 교분도 깊어 한때 멍거는 버핏 할아버지의 잡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멍거는 1962년부터 13년간 법률 회사와 별도의 투자회사를 겸업하면서 연평균 19.8%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1976년 버크셔 해서웨이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멍거는 버핏의 투자 인생을 ‘멍거 이전’과 ‘멍거 이후’로 구분하게 할 정도로 큰 영향을 줬다. 멍거를 알기 전 버핏은 헐값에 주식을 사서 차익을 남기는 ‘담배꽁초식 가치 투자’에나 현혹되는 수준의 투자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헐값이 아니라도 성장 가치가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라는 멍거의 가르침이 버핏을 ‘오마하의 현인’으로 거듭나게 했다. 버핏은 그런 멍거에게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 그는 내 사고의 지평을 넓혀줬다”고 최고의 존경을 표했다.
멍거는 최근 비트코인과 테슬라 주식 중 어떤 것이 더 투자 가치가 없는지에 관한 질문에 “벼룩과 이의 순서를 정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18세기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의 말을 빌려 투자 광풍의 해악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오스카 와일드의 ‘여우 사냥’도 언급하며 지난해 743% 급등한 테슬라와 최근 5만 달러의 가격을 찍은 비트코인을 향한 탐욕이 먹을 수 없는 것을 쫓는 참혹한 행위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아 ‘금리 발작’ 우려까지 거론되는 지금 귀담아들을 만한 얘기다. 유동성 파티 후 닥칠 거품 붕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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