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과 문재인 대통령마저 건너뛰고 검찰 인사를 발표했다는 의혹을 두고 고성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였다. 박 장관이 법사위 의원들의 질의에 “구체적인 답을 할 수 없다”면서 답변을 거부하자 야당 의원들은 “오만하다. 추미애 시즌2”라며 비판했다. 박 장관은 2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른바 ‘대통령 패싱’ 의혹이 불거진 지난 7일 검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 청와대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갈음하겠다”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7일 법무부가 검찰 인사를 발표한 다음 날인 8일 문 대통령이 검찰 인사를 결재한 사실이 맞는지를 따져 물었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에 따르면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재가해야 한다. 박 장관은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7일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느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인사에 관한 사정은 소상히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인사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는지, 언제 했는지 밝혀달라. (검찰 인사를 발표한) 다음 날 결재가 올라갔다면 심각한 월권이자 위법”이라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저는 월권이나 위법을 행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조 의원이 “직접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고 재차 질문하자 박 장관은 답변마저 거부했다.
이에 야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박 장관을 향해 “말할 수 없다고 일관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 패싱이 사실이면) 국기 문란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추미애 시즌2”라며 비판했다. 야당이 박 장관의 답변 태도에 대해 고성으로 항의하자 민주당 의원들도 “질문다운 질문을 하라”고 맞서면서 여야가 대치를 벌였다.
다만 박 장관은 이날 검사장급 검찰 인사와 관련해 신 민정수석과 수차례 논의했다고 말하면서 청와대와의 갈등설을 진화했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해 “민정수석과는 여러 번 만났다”고 해명했다.
박 장관은 또 앞으로의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도 내비쳤다. 박 장관은 검찰청법에 명시된 검찰총장과의 의견 청취 규정과 관련해 “2004년 그 조항이 삽입되기 직전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그 연혁을 (제가) 잘 알고 있고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도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라며 “(조항은) 협의보다 낮은 단계의 표현으로,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