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15일 대중의 응원을 받으며 아홉 스님이 위례신도시 공사장 인근에 설치 된 천막 속으로 들어갔다. 철컥. 모두 입장을 마치자마자 출입문 바깥의 자물쇠가 잠겼다. 말 그대로 무문(無門)으로 변했다. 세속 나이가 가장 적은 도림 스님은 철컥 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겨울 석 달 90일 동안 외출 없이 오롯이 수행 정진만 하는 동안거(冬安居)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동안거라면 스님이 크게 긴장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번 동안거는 이전 경험과 완전히 달라서다. 한국 불교 사상 첫 ‘천막’ 동안거. 허허벌판 위 난방이 되지 않는 가건물 안에서 한 겨울 추위를 90일 동안 견뎌야 한다.
심지어 동안거 동안 특별한 규칙 일곱 가지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무문(無門)이라 하여 천막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외부인과도 접촉 불가다. 묵언(默言)도 준칙이다. 대화는 물론이거니와 반사적으로 나오는 감탄사조차 조심해야 한다. 뜨거운 물에 손을 데이더라도 신음 소리를 속으로 삼켜야 한다.
일종식. 하루 한 끼만 먹을 수 있다. 삭발과 목욕은 금지. 세수도 안된다. 양치만 겨우 할 수 있다. 옷도 갈아입지 못한다. 들어갈 때 입은 옷 한 벌로 석 달을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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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활 속에서도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을 반드시 해야 하며 무엇보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길 시 승적 박탈이다. 심지어 아홉 스님 중 최고령 성곡 스님은 세속 나이로 73세다. 말 그대로 고행 정진이다. 90일 동안 스님들은 천막 속에서 무슨 생각과 심정으로, 어떻게 지냈을까. 영화 ‘아홉 스님’은 그 극한의 수행 시간을 기록한 다큐다.
사실 천막 동안거 시작 당시 불교계 일각에서는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라는 비판도 있었다. 전국 사찰에서 동안거가 동시에 진행되는데 관심은 오로지 위례 천막에만 집중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례로 총선을 앞두고 명절 선물로 조계종에 육포를 보냈다가 큰 곤욕을 치른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오해 불식 차원에서 불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동안거 천막 앞으로 찾아갔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현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권 잠룡들도 줄줄이 천막 앞을 방문했다.
세속 단절 고립 수행이 남긴 메시지는... |
영화는 불자가 아니라면 흥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아홉스님’을 완성한 윤성준 감독은 “스님들이 천막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다”고 했다. 그가 관객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두 가지, 협력과 초심이다. 윤 감독은 “동안거 기간 스님들은 자신보다 옆 사람을 먼저 챙기며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코로나로 힘든 상황을 협력을 통해 이겨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바쁘게 살다 보면 초심을 잃기 마련인데, ‘아홉 스님’을 통해 초심에 대해 복기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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