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44승의 베테랑 필 미컬슨(50·미국)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780만달러)에 나설 때마다 지난 1900년에 제작된 은제 1달러 동전을 볼 마커로 사용한다. 평소에는 복제품을 쓰지만 이 대회에서는 진품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2004년 사망한 외할아버지 알 산토스의 유품이다. 산토스는 1919년 문을 연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처음 일한 캐디 중 한 명이었다. 미컬슨은 이번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4학년 때 학교를 그만둬야 했던 외할아버지는 배를 주리며 잠자리에 들면서도 이 동전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컬슨은 특별한 장소인 페블비치에서 통산 5승을 거뒀다.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올해에는 ‘행운의 동전’ 복제품을 모든 아마추어 출전자들에게 나눠줬다.
미컬슨은 외할아버지의 추억이 깃든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향해 순항을 시작했다. 그는 7일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회는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 스파이글래스 힐(파72), 몬테레이 페닌슐라(파71) 등 3개 코스를 번갈아 돌고 마지막 날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우승자를 가린다. 미컬슨은 이날 스파이글래스 힐에서 경기를 치렀다. 몬테레이 페닌슐라에서 8타를 줄인 통산 1승의 선두 닉 테일러(캐나다)와는 4타 차다. 전반 버디 2개를 잡은 미컬슨은 후반 들어 15번홀(파3)에서 보기를 적어냈으나 16·17·18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으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산뜻하게 첫 라운드를 마쳤다. 패트릭 캔틀레이와 체이스 시퍼트(이상 미국)가 6언더파로 2타 차 공동 2위에 올랐고 최경주(50)와 강성훈(33)은 3오버파 공동 132위로 부진했다.
한편 이 대회는 프로 선수가 아마추어 인사들과 동반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스포츠 스타 중 미국프로풋볼(NFL) 전현직 쿼터백(최전방 공격수)이 6명이나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세계 5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장인’인 북미아이스하키(NHL) 전설 웨인 그레츠키와 함께 나서 3언더파 공동 24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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