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이동이 잦은 설 명절을 앞두고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며 보건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몇 주 이내 한반도에서도 다수의 감염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보건당국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주중한국대사관에 역학조사관을 파견하는 등 총력 대응 체계를 유지해나갈 예정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3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국민들의 협조를 부탁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 본부장은 “설 연휴기간 24시간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라며 “유증상자에 대한 선별진료, 조기발견, 조기조치가 이번 방역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우선 역학조사관을 중국 현지 공관에 파견하기로 했다. 역학조사관을 파견한 목적은 두 가지로 현지정보 수집과 교민 보호다. 정 본부장은 “역학조사관이 가면 아무래도 중국 보건당국과 필요한 정보를 좀 더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환자의 감염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24시간 내 할 수 있는 ‘신속 진단검사’를 전국 단위로 확대한다. 그동안 신속검사는 질병관리본부와 7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만 가능했지만 24일부터는 전국 17개 시·도 보건 환경연구원에서도 할 수 있다. 2월 초에는 민간의료기관에서도 신속검사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WHO가 긴급위원회를 개최하는 것과는 별개로 총력 대응체계를 유지해나간다는 입장이다. WHO는 전날 긴급위원회를 개최했으나 5시간 넘게 회의를 진행하고도 국제공중 보건위기상황 선포 등의 결론을 내리지 못해 이날 추가 회의를 열기로 했다. 정 본부장은 “발생국가로서 우리나라에서도 전문가가 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며 “긴급위원회를 통해 바이러스의 세부적인 정보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 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두고 WHO 긴급위원회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안다”며 “WHO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당분간 현재와 같은 총력 대응 체계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한 폐렴의 초기 양상은 사스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검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된 21명은 모두 음성으로 판명돼 격리에서 해제됐으며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거나 검사대상인 증상자는 없는 상태다. 확진 환자 1명은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 격리돼 치료받고 있다. 환자는 약간의 열이 있지만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다.
정 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나 인플루엔자 모두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침방울(비말)이 튀어 나가서 전염된다”며 “특히 손에 묻은 비말이 눈, 코, 입 등에 들어가며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명절 기간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내에서 가족 간 감염 사례나 의료진 감염 사례가 확인되며 지속적인 사람 간 전파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반드시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재채기를 하는 ‘기침예절’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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